혼자라 솔직해지는 공간
발가락을 가만히 응시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 호흡-호흡- 내 호흡에 집중한다. 그리고 은밀한 부위에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모든 집중을 오직 '나'에게 집중한다.
어떤 작가는 악상이 떠오른다는 예술적 공간이고, 어떤 이는 미래를 건설하는 기획실이기도 하다. 셀프코인노래방! 그래, 흥얼거리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고 내일도 무탈할 거라고 자신을 토닥인다.
내 경우엔 시청각실이다. 음악을 감상하기도 하고 영상을 보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독서를 하기도 한다.
화이크머스크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가끔은 소품들을 배치하여 기분전환을 하기도 한다.
맨 얼굴, 전라여도 이상하지 않는 이 공간은 소위 '화장실'이라고 불려 이 아쉬움을 풀 길이 있을까, 다만 그리고 감히 시인 노천명의 '사슴'을 인용해보노라면 '화장실이라 불려 슬프다' 화장실을 이렇게 치부하는 것은 정말 아쉽고 슬픈 일이다.
공동화장실이 있던 6,70년대 산업사회 주거사를 논할 수 있으며, 화장실은 일찍이 설비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화장실 개수는 부와 권력을 상징한다. 우리가 호캉스를 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건,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입욕, 가운을 입은 내 모습-도심 속 여유로움을 즐기기 위해 호텔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은 이유도 클 것이다.
온전히 혼자 있는 그 상태로 방해하지 않고 툭, 내버려 둔다. 우리 상황이 어떻든 간에 결과는 중요치 않다. 본래 혼자임을 상기시킨다. 비친 내 모습을 탐닉한다. 그때 그 흔적, 오늘의 영광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샅샅이 관찰한다.
혼자라 솔직해지는 공간임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매일 화장실을 청소한다는 건, 본질적인 위생관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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