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일기

삶을 경건하게 만드는 공간

by 여름아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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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뒷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그곳, 단연코 주방이다. 허기질 때면, 어김없이 주방에 들어와 저녁 메뉴를 살펴본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매콤 달콤한 제육볶음, 군침이 돈다!


냉장고엔 식구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다. 아빠가 언제 드실지 모르겠지만 한 구석에 화석처럼 움직이지 않는 귀중한 음식이 차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한 근, 야금야금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채소 한 가득, 그야말로 하나의 생태계를 일구어 돌아간다. 누군가의 입속으로 들어가길 기다리며...(음식쓰레기봉투도 포함된다.)


할머니가 엄마한테, 그리고 엄마가 나한테 줄 식기들이 가지런히 진열된 상부장과 하부장은 어느새 플라스틱 용기와 뒤섞여 중구난방이다. 그래서 보물찾기 하듯 재미있다. 신난다.


결혼하고 나니, 이 주방이 각별해진다. 엄마로부터 몸에서 그 기억을 하고 있다. 엄마의 단골 레시피, 조미료의 양까지 점점 엄마를 닮아가고 어느새엄마가 나에게 먹였던 음식을 내 아이에게 떠 먹인다.


엄마의 그리움, 엄마의 소중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엄마처럼 '누군가를 위한, 누군가의 의한' 공간이 아니길 바란다. 난 분가하면서 블라인드를 달았는데 우리 집에서 젤 화려한 골드 블라인드이다. 햇빛에 반사된 골드 블라인드는 정말 눈부신다. 미러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주방일을 하는 동안 느끼는 '몰입감'은 평온하다. 내 부지런함에 보람을 느낀다. 재료를 다듬는 과정, 마른반찬을 만드는 과정, 설거지를 하는 과정... 오늘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상을 정돈한다.


세대를 잇는 가정문화를 만들고, 삶을 경건하게 만드는 공간, 주방은 그런 공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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