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았다. 하늘색 플라스틱 따위로 된 울타리들이 무성했고, 동화속에 나올법한 3층 높이의 유치원도 있었다. 재잘거리는 소리에 반대편 창문을 보니, 내 또래로 보이는 친구들이 무리를 지어 지나가고 있었다. 낯설지도 않지만, 반갑지도 않은 느낌의 공간이였다.
번죽좋은 부동산 사장님의 웃음소리가 정리될즈음, 엄마와 아빠는 차에 탔다.
거대한 산처럼 보이는 엄마와 아빠의 어깨가 보였다.
'수민아 우리 중계동 집보다 훨씬 큰집으로 이사가!'
이제막 적응된 초1 생활이였는데, 그리 달갑진 않았다. 몇일전 크게싸운 친구 민이와 다시 안볼수있다는 안도뿐 새로운 학교에 가서 적응을 한다는건 영 무서운일이 아니였다. 그렇게 의정부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후 아빠가 1층으로 내려오라고 전화왔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설레고 재밌는 일임은 분명했다.
아빠의 차를 탄다는것은 늘 좋은징조였다.
맛있는걸 먹으러 간다거나, 교회아님 여행 셋중하나였다.
뭐 이유가 어찌됬든 남동생과 엄마없이 아빠와 단둘이 어디를 간다는건, 내게 굉장히 기분이 좋은일이였다.
1시간 정도를 달렸다.
그때 아빠와 나누었던 대화는 기억나지않지만, 아마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던것 같다.
내가 장남이니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잘해야한다. 뭐그런 이야기들이였던것 같은데, 나는 외할머니가 제일 좋았기에, 그저 씩씩한척 대답만 해주었던것 같다.
도착했던곳은 며칠전 번죽좋은 부동산아저씨의 웃음소리가 들렸던 그 동네였다.
연갈색의 아파트단지 사이로 들어가 차를 세운후 아빠는 어깨를 으슥하며 원래살던 집보다 두배정도 높았던 그 아파트를 당차게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