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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민 Dec 14. 2022

은사

은사恩師라 부르던분이 있었다.


피차 사연이있어 그분의 안부를 묻기에는 곤란한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내겐 스승의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분이다.


사람의 인연이라 여리고도 질긴거라 하지만, 너무도 쉽게 그분과의 관계가 정리가 되었다. 누구의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만, 그를 떠난 나를 후회하지 않으며 이또한 그저 운명이라 생각한다.


원망도 많이 했고, 슬퍼도 했다.

또한 그분의 성정을 잘알기에 더욱이나 슬펐다.

하지만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_



운이 좋아 그분의 직책을 맡아보게되었다.

내 인생에서 할수있을거라 상상도 못해보았으나, 덜컥 되어버렸다.


멋을내고 싶었다.


어릴적 보았던 고리타분하고 인상을 쓰고있는 연출가가 아닌, 세련되고 멋이 묻은 젊음의 소통을 하고 싶었다. 느낌과 분위기를 표현하고싶어, 배우에게 모호한 피드백을 주는 그런 상상속 막걸리향나는 아저씨말고, 향좋은 차같이 담백하고, 깔끔한 피드백을 주는 젊은연출가.

난 그걸하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공부했다. 빈수레가 요란하기 너무 싫었다.

대화 몇마디의 지식수준이 나타나는 그런 얕은인간이 아닌, 생각의 깊이와 고민의 깊이가 고스란히 작품에 뭍는, 말그대로 좀 있어보이는 연출가


시간은 흘러 내가 그분의 언어를 향하고 있을때야 깨달았다.

그토록 촌스럽고 모질었던 언어들의 속뜻이 말이다.


순수할수록 뜻은 왜곡되기쉽다고 느껴졌다.

경청과 소통을 덕목으로 하는 연출가의 자세앞에 나는 나약해지기 쉬웠다.

속은 타들어갔으며, 얕은 언행과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나에게 따지는 배우에게 시원한 일침을 날려주고 싶지만, 그또한 포용을 해야하는 나의 위선적 모습에 진절머리가 낫다.


소리치고싶고, 욕을하고 싶었다.


그럴때마다, 그분이 떠올랐다. 그렇게 속시원한 선택을 하신 그분의 언행이 밉기도 했지만, 부럽기도 했다.

외롭고,미움받았어야하는 그 자리의 무게가

평가와 평정이 뒤섞이는, 그속에 자리한 고뇌의 선택들이


치사하게 글로서라도 말하고 싶다.

참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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