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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고양이상점 Feb 24. 2016

선생은 그렇게 다가온다.

책으로 지키고, 사상이라는 갑옷을 입었다. 연민과 분노로 둘러쳤고, 칼로 막고 또 막았다. 그러다보면, 문득 지치다가 또 막는다. 

 선생이 말했다. 자신이 예봉을 막아 보라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생은 눈은 변했다. 급소를 노리는 선생의 눈이 어느덧 코 앞에 붙어서 나도 모르게 손이 선생의 급소로 향했다. 불현듯 손에 무엇이 닿아 멈췄다. 선생의 손이었다. 선생이 막았냐고 물었다. 선생의 손은 내 급소가 아닌 자신의 급소를 향한 채 내 앞에 와있었고, 나는 선생을 막아세웠다. 

 놓쳤다. 급소를 노리는 선생의 눈을 쫓다가 놓친 게 아니다. 내가 나이지 못해서, 그래서 놓쳤다. 나는 내 몸 구석구석에 시선을 머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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