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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고양이상점 May 27. 2016

여행기

2016/05/27

 무덤덤하게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게 힘든 일인줄 몰랐다. 무언가를 좇아 바쁘게 움직였던 나날을 곱씹어보니,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그렇게 시끄럽게도 서있었다.

 바람이 피부에 닿자마자 피부가 검게 변해 바람은 느낄 수 없었고, 해가 내린 온기가 숨을 거두기도 전에 문장으로 얼른 차갑게 식혀 내쫓아버렸다. 얼마나 부자연스러웠을까, 그렇게 열심히던 그때 표정이.

  바다가 덮고 있는 수많은 모래알갱이는 썰물 때가 되어서야 빛을 발하고, 어둠을 입는다. 일렁이는 바다 위로 발하는 빛의 향연에 눈이 멀어, 바닷속 바닥에 가라앉은 닭똥같은 눈물은 끝끝내 울지 못했고, 마르지도 못했다.

 썰물이 내 등을 다독이며 바다를 데리고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 야심한 밤에 달빛을 받아 우는 그 모래알갱이들이 처참히 고요하다.

  바닷속 모래알갱이를 만나기 전에 바다를 사랑하는 건 바다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donnybrook +D 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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