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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고양이상점 Mar 15. 2016

여행의 서막은


 비행기가 뜨는 날이 여행의 서막인 줄 알았지만, 여행은 진작에 시작된다. 그러니까 비행기가 이륙할 때 함께 떠오르는 마음을 느낄 때가 여행의 시작이 아니라, 여행자를 둘러싼 사람들과 여행자 사이에 가로놓인 희미한 선이 선명해지고, 그 사이로 흐르고 스쳐가는 순간이 쉼없이 점멸할 때 시작된다. 딛게 될 미지의 땅과 지금 딛고 있는 땅 사이로 밀려들어간 여행자는 그를 둘러싼 관계가 선명하게 깜빡거리는 것을 본다. 그곳과 이곳이 부딛혀 산란하는 빛들이 강렬하게 빛나서 지금 이곳의 모든 관계가 가장 선명해지고 동시에  처참하게 아찔해질 때, 여행자는 이땅의 불을 끄고 컴컴한 미지로 미끌어져 들어간다. 그러니까, 여행의 순간은 이곳과 그곳의 경계에 내몰리면서 동시에 내모는 매순간에 이미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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