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사 그려주는 남자

Prologue

by 회색고양이상점

Prologue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영어 전치사를 쉽게 이해하는 그날까지 여러분과 함께할 전치사 그려주는 남자입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전치사의 무시무시한 위용을 잘 아시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필자 역시 전치사를 이해하려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이 책 저 책을 뒤져봤지만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전치사를 연구하고 공부하던 중에 전치사를 그림으로 이해하면 어렵지 않고, 즐겁게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이제는 여러분께 무시무시한 전치사를 쉽게 알려드리려고 타자기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림을 그려야 전치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요? 이유를 설명 드리려면 화제를 조금 돌려서 언어를 모르던 그 순수한 시절에 살고 있는 아이를 상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는 말도 할 줄 모르고, 욕구는 많은 그런 상태입니다. 밥이 먹고 싶고, 오줌이 마려워 죽겠고, 장난감 기차를 손에 넣고 싶고, 바비인형을 인형의 집에 넣고 싶습니다. 답답해 죽겠지요? 말은 못하지, 할 말(?)은 많지. 이제부터 필자가 늘어놓는 말은 사방에서 두드려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치사를 향한 일념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아이는 마음에 일어나는 욕구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언어가 아닌 그림과 소리로 표현합니다. 그림책을 들고 앉아서 책에 있는 물을 보고 마시는 흉내를 낸다든지,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빵 조각을 보고 군침을 흘리며 주워서 입에 넣기도 합니다. 아이 머릿속에 형성되는 의미들은 언어가 아니라 그림일 겁니다. 그러다가 어떻게든 언어를 배우면 아이가 이미 그림을 통해 배운 의미들이 언어를 통해 표현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언어를 배우며 그림을 통해서 의미를 이해하다가 점차 언어를 통해서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서 새롭게 사용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언어에 기대지 않고 의미를 그림으로 이해하는 능력


‘나무’라는 말은 몰라도 실제 나무를 매일매일 앞에서 보고, 냄새 맡고, 만지면서 놀던 아이가 다음날 갑자기 말을 배워서, 집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고 ‘나무’라는 단어를 익히고, 그 다음 날에는 말을 통해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생각을 한번 해볼까요? 나무, 촉감, 냄새, 바람소리라는 단어를 알게 된 첫날 아이는 집 안에서 나무를 상상할 때 어제까지 눈으로 보고 냄새 맡고, 만지던 나무의 촉감을 떠올리면서, 냄새, 바람소리라는 단어를 함께 떠올리면서, 나무의 의미를 생각하겠지요. 그 다음 날이 되면 아이는 언어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어 나무뿐 아니라, 사랑, 증오라는 추상적인 단어까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아이는 머릿속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고, 의미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친구와 의사 소통할 때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면서 대화를 주고 받지 않는 사실만 생각해도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질문 드려보겠습니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며 그림을 통해서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서 언어를 통해서 의미를 이해하는 것으로 점차 옮겨가면서 사용 하지 않는 능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언어에 기대지 않고 의미를 그림으로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전치사는 왜 이렇게 까다로운 것일까요?


전치사가 유독 형용사, 동사, 명사 등보다 이해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바로 다른 품사들보다 ‘훨씬 추상적이어서 여러 상황에 도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형용사, 동사, 명사들은 우리가 사전에서 뜻 하나만 외워도 부지불식 간에 머리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렇지만, 전치사는 섬세하게 훑어보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기 힘이 듭니다. 아이스크림과 사랑 중 어떤 게 더 추상적인가요? 사랑이지요? 그래서 열 사람에게 아이스크림을 설명하라고 해보세요. 열이면 열 유사하게 설명하고,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비슷하게 그릴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사랑을 설명하고 그리라고 해봅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난장판이 될 것이고, 그림도 제각각 일 겁니다. 그러니까, 아이스크림은 결국 동사, 명사, 형용사에 해당하고 전치사는 사랑입니다. 전치사는 사랑입니다? 광고 같은 대요?


지루하고 긴 글을 따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앞으로 다룰 전치사들을 이해하는 배경지식이 되기에 프롤로그에서는 ‘말 이전에 그림이 있었다’를 잠깐 짚어보았습니다. 다음 편은 그림을 통해 어떻게 전치사에 다가가는지를 설명 드리며 몸풀기를 시작해보죠. 다음 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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