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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고양이상점 Jun 09. 2024

 격동

시간이 느려진다. 

심장소리가 손끝에 전해지다가 목을 타고 온 몸에 떨림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느려진다. 

슬픈 음악의 한 마디가 느려진 시간 속에서 더 큰 슬픔으로 쪼개진다.


온 몸에 떨림을 일으킨 그것 

어린 시절 언젠가 죽기 보다는 선택했을 그것

그 비루한 떨림이 영원을 돌아 지금을 끌어내어 슬픔에 가둔다. 


눈물 한 방울로 발 딛고 있던 이 아슬아슬한 세계를 부술 것인지 

눈물을 머금고 이 아슬아슬한 세계를 버텨낼 것인지 

어차피 세계는 부서진다.

  한 방울의 눈물로도 부서지고, 눈물을 머금고 웃고 있는 영혼으로도 부서진다. 


부서진 영혼의 틈으로 새어나오는 연꽃의 한 줄기를 타고

진흙이었을 세계 밖으로 부서진다. 


부서진 세계는 떨림이 된다. 

부서진 영혼은 떨림이 된다. 

떨림은 시간을 늘여 스스로 스러져간다. 

시간을 짓이겨 열어 젖힌 찰나된 진공 틈으로 

온갖 슬픔이 터져나온다.  

시간이 제 속도를 찾기 전에

짓이겨진 시간을 스스로 봉합하기 전에  


말이 제 속도로 말해지기 전에 

그 전에 슬픔이 터져 진물로 흘러내려야 한다. 

연잎을 타고 흐르는 진물처럼 

진흙에 뿌리내린 연꽃처럼 

슬픔은 그렇게 흘러야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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