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없이 주지만 값싸지 않아

by 이상무

우리에겐 대가를 그다지 지불하지 않았지만 값없이 받아들이는 삶에 필수적인 것들이 있다. 공기, 햇빛, 바람 그리고 지금은 돈 내고 얻지만 불과 수십 년 전엔 값없이 마신 물. 나라는 존재를 지탱해 주는 생명은 어떠한가? 건강할 때 나에게 생명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지만 약해지면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돌발성 난청으로 청력을 잃었다가 다행히 완전히 회복되면 듣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감사해하지 않을 수없다. 더운 여름 내내 매일 수많은 환자들을 보며 열심히 일하던 내가 알던 어떤 가정의학과 선생님은 갑자기 극심한 어지러움과 구토를 동반하는 현훈(vertigo) 중세가 찾아와 거의 죽다 살았다며 척추뇌저동맥 부전증(Vertebrobasilar Insufficiency)의 경험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일시적으로 고통스러웠다 회복되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개월에서 수년의 고통 끝에 생을 마감해야 하거나 수십 년 장애를 남기는 상황에 처한 경우라면 완전한 생명의 상태가 얼마나 소중한지 말해 무엇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해 이집트를 나오는 과정에 대한 영화를 아마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열 가지 재앙이 이집트에 임하고 나서야 파라오는 그들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 열 가지 재앙 중 아홉 번째 재앙은 '어둠'이었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네 손을 하늘을 향하여 뻗어라. 그러면 어둠, 심지어 손으로 만져질 듯한 어둠이 이집트 땅 위에 덮일 것이다.' 그래서 모세가 하늘을 향하여 손을 뻗자 이집트 온 땅에 삼일 동안 짙은 어둠이 덮였다." 마음이 굳어져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 된 상태에서 놓아주려 하지 않던 파라오를 하나님은 빛을 가져가심으로 치셨다. 어둠이 온 이집트 땅을 덮었다는 것은 빛을 거두어 갔다는 뜻이다. 빛이 오면 어둠은 물러간다. 빛이 없으면 어둠이 온 땅을 덮게 된다. 이 어둠은 사람들이 견디기 힘든 것이다. 비가 몇 주, 몇 개월 오지 않는다면 매우 난감한 상황이 닥치게 된다. 사람만이 아니라 식물들과 동물들이 모두 기갈로 인하여 곤고해지지 않겠는가?


물질적인 영역의 필요도 이렇게 매우 필수적이고 값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을 우린 값없이 받고 살고 있다. 그다지 감사하지도 않은 채, 마치 당연히 내게 있어야 할 것들인 것처럼 말이다.


이제 우리의 정신적 영역, 영적 영역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에게는 염려와 근심과 불안의 문제가 있다. 좀 더 진지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의로운 삶을 사는데 자주 실패하며 죄악 된 자신의 모습으로 인한 고통을 느낄 것이다. 삶의 의미에 대한 자각의 문제는 어떤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리고 정의, 공의는 무엇일까? 모든 사람들이 다 공감할 행복은 무엇일까? 크고 작은 영역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다 얻었지만 공허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 얻지 못해도 공허하고 무기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진리란 무엇일까?


여기 이 땅에 '진리에 대하여 증언하기 위해 태어났고, 또한 그것을 위해 세상에 오신' 분이 계시다. '세상의 죄의 짐을 없애시기 위해 희생양으로서 오셔 십자가에서 자기 자신을 다 내어 주신' 분. '모든 무거운 짐을 그분의 발아래 내려놓으라고 하신' 분, 우리의 생각에 보초를 서주시겠다고 하신 분, 우릴 돌보시겠다고 하신 분이시다. 그분은 우리에게 다가오시어 값없이 주고자 하시지만 결코 값싼 분이 아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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