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란
[1103] 라면 / 김금란
끊을 수 없는 중독
저것의 시작과 끝이 늘 궁금했다
부풀수록
툭 툭 끊어져 버리던 낯선 단절
시도 사랑도 흩어진 문장들처럼
부풀지 못한 긴 불임의 시간
언제부턴가 나는
노란 양은 냄비에 습관처럼 물을 끓였다
반복된 낯선 단절이 불러온 트라우마 때문인지
매번 동그란 것만 고집하는 나
단 한 번도 저것을 반으로 잘라 본 적이 없다
저것을 끓이며 알았다
부풀어 오른다는 건 그리움이란 걸
휘휘 젓는 것은 마음을 젓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섞는 일이란 걸
모든 결속은 응집된 시간의 부피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체념은 절대,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없다고
주문을 걸듯 믿고 또 믿었다
꼬이고 꼬인 실타래 같은 저것들
내가 이 모든 것을
끝끝내 놓지 못했던 이유도
어쩌면 저 단단하고 견고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1일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