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
길을 달리다 길을 만났다.
사방이 푸른 초원이다. 우리는 초원 위로 드러난 붉은 흙길을 따라 질주했다.
목표 지점 엉깅사원 까지는 250km 남겨둔 상태이다. 덜컹거리면서도 해방감의 시원한 함성을 지르며 신나게 달렸다. 멀리서 산만한 언덕이 다가왔다. 언덕은 온통 푸른 빛깔과 부드런 곡선으로 이루어진 한 폭의 그림이었다. 어느 대단한 화가의 그림이 병풍처럼 우리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언덕 너머의 세상은 전혀 알 수 없다. 다행히 병풍 위로 두 줄기의 길은 여전히 이어져 있었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 병풍을 뚫고 언덕 너머의 세상으로 질주해야 할 판이다.
길 위에는 예측 가능한 풍경도 새로운 희망의 기대도, 반전의 스릴도 있다.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가슴에 안고 길 위를 달린다.
“ 오지항아리 위에 도공이 그려 넣은 그림 같지 않아요? 항아리를 빚고 마지막에 손가락을 휘날려 그려놓은 문양 말이에요?
선생님은 언덕을 가르며 매끄럽게 이어진 흙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길에는 의도와 계산이 들어있지 않았다. 항아리를 빚느라 집중했던 도공의 영혼이 빠져나와 항아리 위에 완성의 점을 찍으며 자유의 춤을 춘 것이다.
초원 위의 길은 누군가가 땅이 생긴 모양을 따라 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그 흔적을 따라 여행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길이 되었다.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 샘! 왜 길을 따라 달리는 거예요? 사방이 평지인데 초원 위로 달려도 되잖아요.”
이 넓은 초원 위에서 길을 따라 달리는 것이 오히려 더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덜컹거리며 엉덩이를 흔들어 대기는 매 한 가지이고, 오히려 흙먼지를 날리며 뒤따르는 차량에 방해만 될 것 같았다. 방향을 따라 세대의 차랑이 나란히 달려도 무리 없어 보였다. 구불거리며 길을 따라 가느니 직선거리로 달리면 더 빠르지 않을까?
“ 몽골 사람들은 초원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요. 함부로 짓밟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 초원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잖아요.”
초원 위의 길은 서로를 위한 약속이고 배려였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말 그대로의 길. 그러나 우리는 길 위에서 부딪히고 갈등하며 산다. 서로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배려와 약속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터가 되었다. 길 위의 여행은 잊혀진지 오래이다.
나는 아스팔트 위에서 언덕 너머의 세상을 꿈꾼다. 타르 냄새를 맡으며 여행을 꿈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