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이야기

2. 바람

by 키작은 나무

몽골의 사막은 초원 한가운데에 있다. 푸른 향기가 흔들거리고 희고 노란 꽃들이 춤을 추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강 위의 나무다리를 건너 사막에 이르는 길이라니. 내가 사막으로 향하는 건지 신의 이벤트에 초대되어 가는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사막은 초원 한가운데에서 반짝거리며 빛을 내고 있다. 능선을 따라 켜켜이 쌓인 모래 결은 바람이 다녀간 흔적을 기록한다. 바람은 무엇인가를 리셋하기 위해 왔을 것이다. 사막으로 부는 바람은 모든 흔적을 지워내고 고스란히 자신의 발자취만 남겨 놓는다. 그것이 신에게서 부여받은 그의 임무이다. 앞선 여행자들의 발자국은 이미 삭제된 상태이다.

나는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해방감의 함성을 지르며 춤을 추었다. 모든 것이 허락된 곳이다. 발밑은 더 이상 사막이 아니다. 나의 미친 해방감이 형체 모를 깊은 웅덩이를 만들며 바람의 흔적들을 부숴 놓았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의 미친 놀이가 끝나면 바람이 다시 불어올 것이며 그리고 모든 것을 원래의 상태로 복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관계를 맺어 온 친구들을 만났다. 이 친구들과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감성만이 존재할 뿐 어떤 이해관계나 이성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언제 만나도 생각 없이 좋기만 하다. 우리는 너무 오랜만이라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깔깔 거리며 수다를 떨어댔다.

“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니?”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질문들에 답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 보통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잖니? 야! 야! 나는 더 바라지도 않는다. 결혼식 전날로만 돌아갈 수 있어도 좋겠다.”

정화가 꿈같은 이야기에 코웃음을 내뱉으며 유쾌하게 말했다. 그녀는 남편과 별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남편과 둘 만의 데이트를 할 때는 아직도 설렘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결혼 전날로 돌아가 다시 결정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타임머신이 도착해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누가 탑승할 것인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힘겹게 살아낸 흔적이 아무리 보잘것없을지라도 지우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우리에겐 ‘바램’이 있을 뿐이다. 고비사막의 '바람'은 원하지 않는다. 바람은 실수나 상처뿐만 아니라 내 삶과 추억마저 묻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거짓과 위선이 없는 삶이라면 그것은 내 몸과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살아낸 역사이다. 초라함과 화려한 성공의 외적 기준이 그 가치의 가늠자가 될 수는 없다.


‘바람’은 여행자를 위한 신의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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