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by 이승우

벚꽃이 피어나는 순간,
겨울의 끝이 조용히 풀린다

얼어붙어 있던 시간들이
하나둘 숨을 쉬기 시작하고
연약한 햇살이 거리 위를 쓰다듬는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 사이로
너의 이름을 불러보면
그 소리마저 꽃잎처럼 부드러워져
내 마음 어딘가에 내려앉는다

흩날리는 꽃잎 하나가
내 어깨 위에 내려앉고

그건 마치
봄이 나에게 건네는 첫 인사 같아서
괜히 웃음이 새어나온다

너와 나란히 걷는 이 길 위에
하얀 시간이 조용히 쌓여간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서로의 마음에 닿는 것처럼
느리게, 그리고 깊게 이어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눈빛 하나, 숨결 하나가
봄처럼 스며들어
우리 사이를 따뜻하게 물들인다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순간을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것 같아

꽃잎이 흩어질 때마다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또렷해지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너의 온기가 더 선명해진다

벚꽃은 언젠가 지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설렘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조심스럽게
이 계절을 품는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너를
조용히, 깊게 담아둔다

혹시 시간이 흘러
이 봄이 끝나더라도
오늘의 우리는
이 벚꽃 아래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만 같아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해
그리고,
이 계절 속의 너를 사랑해

벚꽃이 다시 피는 날이 오면
그때도 우리가
같은 마음으로
같은 하늘 아래 서 있기를
조용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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