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원이
오늘도 소리 없이 나를 재촉한다
초침은 늘 성급하고
분침은 망설이다가
시침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늦는다
나는 그 사이에서
말하지 못한 문장들을 접어
어제와 내일 사이에 끼워 둔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은
항상 정확한 시간에 떠났고
남은 것들만 자꾸 시간을 묻는다
시계는 멈추지 않지만
어떤 순간은 끝내
앞으로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끔
시간을 보는 대신
잃어버린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때마다 시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똑같은 원을
다시 한 바퀴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