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호 필름은
항상 가장 먼저 다친다.
주머니 속 열쇠와 부딪힌 자리,
책상 모서리에 스친 순간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내려놓은 하루가
그 얇은 표면에 전부 남는다.
처음 붙였을 때는
세상이 더 선명해 보였다.
기포 하나 없이
모든 것이 깨끗했고
나는 이 화면을 오래 지킬 수 있을 것처럼
괜히 자신 있었다.
하지만 필름은 말이 없다.
대신 긁힘으로 대답한다.
작은 금 하나가 생기고,
그 위로 또 다른 금이 겹쳐지며
언젠가부터는
그 상처를 피해 화면을 보게 된다.
나는 아직 멀쩡한데
보호한다는 이유로
대신 닳아가는 존재가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다.
그래도 필름은 버티고 있다.
완전히 깨지기 전까지
내 손끝과 화면 사이에서
조용히 모든 충격을 받아내며.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나에게 있었는데 사라지는 것들 중에는
떠난 게 아니라
다 닳아버린 것들도 많았다는 걸.
그리고 새 필름을 붙이는 날,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또 다른 희생을
조심스럽게 화면 위에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