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문 손잡이를 잡고 나서
나는 잠깐 멈춘다
손바닥에 남은 금속의 차가움이
괜히 오래 붙어 있는 것 같아서
가방 옆주머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낸다
라벨은 반쯤 벗겨져 있고
뚜껑은 수없이 눌린 탓에
이미 제자리를 잘 찾지 못한다
꾹,
한 번은 부족할까 봐
두 번 눌러
투명한 액체를 손에 떨어뜨린다
알코올 냄새가 먼저 올라온다
코를 찌르는 그 냄새는
깨끗함이라기보다
경고에 가깝다
손바닥을 비비면
차가움이 퍼지고
손가락 사이사이로
미끄러운 소리가 난다
마치 내가 무언가를
지워버리고 있다는 증거처럼
방금 전 누군가와 부딪히며
스쳤던 팔꿈치,
종이를 건네받으며 닿았던 손끝,
괜히 기억에 남은 체온까지
모두 같은 취급을 받는다
손등을 문지르다
잠깐 멈춘다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빛이 비치면
내 손은 낯설게 반짝인다
깨끗해졌다는 안도감과
괜히 과해진 거리감이
같은 속도로 밀려온다
나는 항상
더러워졌을 때보다
지나치게 깨끗해졌을 때
조금 불안해진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아무도 탓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지우는 데에 익숙해졌을까
손소독제는
늘 필요한 만큼만 남아 있다
불안이 사라질 정도까지만
정확하게
병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책상을 짚는다
손은 말끔한데
이상하게도
잡고 싶은 건
점점 조심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