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MC로 나오는 '유키즈온더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을 종종 본다. 유재석, 조세호의 티키타카도 재미있지만 길거리를 다니면 만난 분들을 즉석에서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지도 못한 감동과 인생의 울림을 들을 수 있어 좋다. 연예인이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냥 예상되는 연예인의 홍보성 이야기가 아닌 일반인들의 이야기여서 더욱 좋다. 나는 유키즈온더블럭의 본방을 챙겨보지는 못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서 유튜브로 보는 것을 즐긴다.
그중 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주인공은 서울에서 한지 공예점을 운영했는데 갑작스럽게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퇴거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앞이 막막했는데 생각을 바꿔보니 어쩌면 서울을 떠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겠다 싶어서 지인이 있는 춘천으로 집을 보러 왔다가 춘천이 너무 좋아 바로 내려왔다고 한다. 주인공은 서울에서 하던 한지 공예를 접고 빵집을 차렸고 벌써 3년간 운영하고 있었다. 유재석 씨가 빵집 주인에게 현재 소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더니 빵집 주인의 대답은 의외였다. 주 5일 근무라고 했다. 주 5일만 일해도 생활에 지장 없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유는 서울에 있을 때는 하루도 안 빼고 일을 했고 지금 춘천에 내려와서는 주 6일 근무를 하는데 하루만 더 쉬면 일곱 살짜리 딸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 말을 들으니 갑자기 머리가 띵 했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주 5일 근무가 누구한테는 소원일 수 있구나.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간절한 소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 말이 떠올랐다 너에게 주어진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은 하루였다고... 당연하다는 생각이 주는 오만함은 인생의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당연함을 자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고마움으로 바꿔야 한다. 당연한 공기, 당연한 집, 당연한 직장, 당연한 가족, 당연한 건강 등 이것을 고마움으로 바꾸면 고마운 공기, 고마운 직장, 고마운 가족, 고마운 건강이 된다. 단어를 바꿨을 뿐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더 귀하게 생각하게 되고,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더 겸손해지게 된다.
더 놀라운 건 다음 질문이었다. 유재석 씨는 빵집 주인에게 100만 원이 생기면(유키즈온더블럭은 이야기 이후 마지막에 퀴즈를 맞추면 현금 100만 원 그 자리에서 준다) 무엇을 하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빵집 주인은 만약 100만 원이 생긴다면 올해가 결혼 10주년이어서 아내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빵집 주인 아내한테 전화가 온 것이다. 유재석 씨가 전화를 받아서 상황을 설명하고 남편분이 아내분에 100만 원을 주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말하니 갑자기 빵집 주인 아내분이 우는 것이다. 유재석 씨가 당황해서 무엇 때문에 우세요? 남편에게 너무 고마워서 운다고 "우리 부부가 춘천 내려와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남편이 옆에서 다 도와주고 이해해주고 그래서 여기까지 버티고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자기 것은 하나도 안 하고 저한테 다 주기만 하니깐 그게 너무 고맙고 미안해요.." 사랑하는 누구가한테 아낌없이 주고 또 그 받은 것에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으나 우리네 삶은 내가 좀 더 남겨야 하고 손해를 보면 안 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배우고 그게 센스 있고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물며 부부관계, 가족관계라고 할지라도...
나는 오늘도 아이들 교육 문제로 아내와 다퉜다. 다툼이 격해지면 항상 아내 입에서 나오는 멘트가 있는데.. 당신이 지방에 있는 10년 동안 내가 애들 키울 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우리 부부는 10년 가까이 주말부부를 했다. 아내는 어린 3남매를 주중에는 혼자 키웠다) 당신이 내가 힘든 걸 안다면 당신이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럼 나는 뭐 좋아서, 당신 골탕 먹이려고 지방에 내려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은 당신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자꾸 트집이냐? 가족을 먹여 살릴려면 어쩔 수 없이 간 것을 자꾸 트집을 잡으니 나도 화가 나서 그럼 이제부터 내가 애들을 키울 테니 당신이 나가서 돈을 벌라고 한다. 이 레퍼토리는 15년간 변함이 없다. 서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서로 힘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온전하게 인정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당연한 고마움인데... 조금만 맘을 바꾸면 우리 부부도 빵집 부부처럼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미안해 할 수 있을 텐데... 결국 오늘도 큰소리로 하루를 마감했다. 이게 인생이라고 그것이 평범한 부부라고 누군가는 위로처럼 말하겠지만... 고마움을 져버린 평범함과 당연함은 기만이다.
유재석 씨는 마지막으로 빵집 주인에게 문제를 냈다 문제가 제법 긴데 요약하자면 "이성계 왕릉에는 다른 왕릉과 다르게 자라고 있는 풀이 있는 데 그것이 무엇입니까" 답은 억새풀이었다. 빵집 주인은 아... 그거 아침에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다고 하면서 답을 맞췄다...꼭 받았으면 했는데 세상에 감동은 우연을 가장해서 필연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