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도덕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지켜야 할 사회적 규범

by 헤이리그로스

나의 아버지는 파주에서만 70년 넘게 살고 계신 농사꾼이다. 그것도 우리 아버지가 살고 있는 맥금동 튼다리(원래 마을 앞에 큰다리가 있어다고 해서 큰다리 마을이라 불리 웠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동네분들이 튼다리로 변형되어 부르고 있다.)라는 동네에서만 생활하셨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벗어난던 적은 군대에 계셨을때 뿐이셨다. 동네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으시고 동네 분들도 최근에 이사오신느 분들을 빼고는 대부분 다 알고 지내신다. 거기다 허세도 좀 있으셔서 이 동네에서는 무서울 것이 없는 분이다.


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아침 일찍 5시쯤 일어나셔서 집밖을 청소하시고 집앞 텃밭에 가셔서 풀 뽑고 돌맹이를 주우시며 채소들을 가꾸고 아침 식사를 하신다. 내가 어렸을때는 제법 농사를 크게 지으셨는데 지금은 많이 줄여서 소일거리로 하고 계신다. 아버지는 아침 식사를 하신 후에는 오토바이를 타시고 논에 가셔서 밤새 벼가 쓰러지지는 않았는지, 잡초는 많이 자랐는지를 확인하신다. 그러다 동네 아저씨들을 만나시면 같이 식사도 하시고 약주도 한잔씩 하신다. 이런 일상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시는 편인데 집과 논 사이가 제범 거리가 되서 아버지에게 오토바이는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아버지는 농사를 짓기위해 필요한 경운기, 이앙기, 콤바인 같은 농기계는 잘 다루셨으나 그외 것은 못 타셨다아니 면허증이 없으시셔서 안 타셨다. 본인은 운전을 하면 정말 잘할텐데 머리가 굳어 필기시험 공부를 할 수가 없다고 면허시험장 근처도 안가셨다. 그러다 언젠가는 낡은 작은 오토바이 얻어 오셔서 동네에서 면허도 안따시고 타고 다시셨던 것이다. 면허증 없이 타고 다니시면 큰일 난다고 우리가 난리를 쳤지만 그 놈의 필기시험을 보기 싫다고 면허증을 안따셨다. 야 내가 이 동네에서 60년을 넘게 살았어. 누구도 뭐라고 하지않아. 그러다 경찰 단속에 걸리시면 깜빵가요. 경찰은 무슨 경찰 할애비가 와서 안무서워 라고 큰소리를 치셨지만 결국 우리 성화에 못이기시고 정말 간신히 이륜원동기 면허를 따서 타고 다니신다. 면허도 있겠다 이제 정말 우리 아버지는 더욱 무서운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호기와 허세를 부리신 일화가 있다. 하루는 아버지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오토바이를 타고 한 손에는 담배에 불을 붙혀 시원하게 피우시고 가시다가 논 근처에 횡단보도가 있는 사거리에 신호등에 걸려 멈쳤고 마침 다 피우신 담배 꽁초의 불씨를 탁탁 털어서 끄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보란듯이 튕겨서 바닥에 버리셨다. 그런데 마침 근처에서 교통 단속을 하고 있는 젊은 경찰의 눈에 걸렸던 것이다. 경찰이 아버지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어르신 논에 가시나 봐요"

"어 그려요~ 젊은 사람이 수고가 많네~ 근데 무슨일로?"

"네~ 다른게 아니라 어르신 담배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시면 안돼세요~"

아버지는 순간 당황해 하셨고 담배꽁초를 버린것이 공중도덕에 안맞다는 것도 알고 계셨지만 여기는 나의 구역이다. 나는 여기 동네의 터줏대감이라는 생각을 가다듬고 허세를 장착하여 경찰에게 다소 위화감을 주기위해 조금 큰 소리로~

"아니 젊은 경찰 양반~ 그러면 이 나이에 담배 꽁초를 버리지 먹남~?"

아니 이게 무슨소린가? 꽁초를 먹을 수 없어서 버렸다는 논리는...

젊은 경찰은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의 대담한 공격에 너무 황당해 하며

"아니 어르신 당연히 드시면 안돼죠~ 그게 아니고요. 길거리에다 버리시면 미관상 안좋으니깐 그렇죠"

"아니 그러면 휴지통을 갖다 놓던지... 젊은이 말대로 내가 먹을 수는 없잖아"

라고 어거지를 부리시니 경찰도 더 말씀 드리는 건 아니다 싶어서..

"네 어르신 다음 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알았어.. 그럼 수고하시게.. 그리고 다음부터는 거기 있지마"

그 마지막 말을 남기고 우리 아버지는 유유히 사라지셨다.


다소 무리한 상황이었지만, 우리 아버지는 이 또한 유머로 승화 시켜서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내가 말이야~ 경찰한테 ~~~ 말했더니 내가 딱 봐도 이 동네 터줏대감 같은지 바로 꼬리를 내리더라구..'하면서 무용담처럼 말하시고 다니신다. 그런데 왠일인지 50년 넘게 하루에 1갑이상 피우시던 아버지는 무슨 결심이 스셨는지 지금은 담배를 끊으셔서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볼 수는 없게됐지만 말이다.


우리 아버지에게 튼다리는 가장 큰 삶의 버팀목이면서 든든한 지원군인것이다. 무엇이든 6~70년을 같이 살면 그 신뢰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그게 사람이 아닌 마을일지라도. 낯선곳에 가면 기운이 좋은 사람도 위축되고 긴장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평생을 살아온 곳이라면 얼마나 든든하고 안정감이 있겠는가? 정말 세상에 무서울것이 없이 말이다. 아버지가 경찰에게 한 행동은 분명 공중도덕에 위반되는 행동이었지만 아버지의 마음속 든든함이 그런 허세와 호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아마 우리 아버지는 남은 여생도 그 튼다리라는 마을에서 호기와 허세를 부리시면 사실 것이다. 분명 호기아 허세는 지나치면 주변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자신감일 것이다. 사람이 나이를 들면서 그런것이 많이 사그라 드는데... 적어도 맥금동 튼다리 마을은 우리 아버지에게 자신감을 넘어 자존감을 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