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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Nov 17. 2019

수성구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자, 이렇게 대구는 더위에서 시작해서 교육에까지 남다른 '대구부심'이 많은 도시같다.

첫째가 5학년 정도가 될때까지만 해도 중학교는 멀리 있는 줄 알았다. 아이의 속도보다, 내가 따라가는 속도는 이렇게 늘 차이가 날 지도 모르겠다. 내가 늘 아직 마음만은 20대 같은 것처럼, 아이도 늘 초등학생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걸까.
 나처럼 공부만 하게 키우지 않을거라고, 아이 스스로 행복을 찾게 키울 거라고, 그렇게 들로 산으로 자연속으로 아이를 방목하며 키우려던 사람들도, 결국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 중학교에 보내고나면 "난 안그럴 줄 알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이라며 공부를 시키고, 학원을 보내는 것을 듣고 봐왔다. 오죽하면 도시를 떠나 전원의 공동체 마을로 일부러 이사를 와도 중학생이 된 아이가 학원에 보내달라고 해서 근교 도시까지 학원에 차로 데려다주는 가족도 보았다. 한 곳에서 몇십년을 살아도,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면 이사를 고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 또한 아이가 6학년이 되고부터는 조금은 본격적으로 중학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유토피아를 지을 것이 아니라면, 과연 유토피아라는 것이 있다면. 생각보다는 영악하게, 타협해야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정확히 말하면 나는 이것이 비겁한 타협이 되지 않는 지점이 어디일까, 어떻게 합리적으로 나를 변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했고, 지금도 고민이 진행중이다.

학원에 가지 않고 공교육안에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중등교육이란 환상이거나 옛꿈일지도 모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사람 역시 동화책에나 나오는 이상향일지도 모르지만, 대구에 산다고 하면 늘 듣는 질문, “수성구로 이사안가세요?” 에 우리는 현재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수성구로, 가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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