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CEO 래리 핑크와
AI 두 거장의 만남

같은 길을 가는 것 같지만 다른 길을 가는 AI 두 거장과의 인터뷰

by James Lee

블랙록의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의 금융인이자 전문투자자이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처럼 정치인들과 비슷한 거대한 담론에 빠져 있지 않고, 워렌 버핏처럼 개인투자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몰라주는 고집스러움도 없다. 래리 핑크는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이며, 투자자로써 리스크를 매우 냉정하게 관리하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라 할 지라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대담함을 소유한 이 시대 월 스트릿의 최고의 금융회사 CEO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내가 만약 미국 금융섹터의 주식 중 마지막까지 보유해야 하는 주식이 있다면 아마도 그 주식은 바로 블랙록이 될 것이다.


래리 핑크가 다보스포럼에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일론 머스크와 젠슨 황을 각각 인터뷰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투자"라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년 1월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반드시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상대적으로 일찍 AI산업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 부분 매년 다보스포럼을 봐왔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래리 핑크의 일론 머스크와 젠슨 황과의 인터뷰 얘기로 돌아온다. 래리 핑크, 일론 머스크, 젠슨 황은 모두 서로가 인연이 있는 사이이다. 래리 핑크가 블랙록을 창업한 1999년은 젠슨 황이 엔비디아를 창업한 해이다. 젠슨 황의 현재 GPU의 첫 세대 모델을 처음 구매한 사람은 바로 일론 머스크이다. 래리 핑크의 블랙록은 일론 머스크의 핵심사업인 테슬라와 스페이스 X의 주요 주주이다(2018년 일론 머스크의 경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래리 핑크는 어쩌면 실리콘 밸리가 아닌 월 스트릿에서 AI의 이 두 거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유튜브를 통해 이 두 편의 인터뷰를 보면서 젠슨 황과 일론 머스크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수 있었다. 각각 30분 가량의 인터뷰 내용은 그냥 들으면 항상 듣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넘어오는 이 시점에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떠올리며 듣는다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아래와 같이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두 인터뷰의 주제는 동일하게 일론 머스크와 젠슨 황의 AI 및 미래 기술에 대한 관점을 설명하는 것이다. 두 리더는 AI가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식과 인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철학적 기반과 실무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의식의 확장과 지속 가능한 풍요

1. 철학적 기반 및 인간적 성향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기업 활동을 '문명의 미래 가능성 극대화'와 '의식의 확장'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정의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읽은 과학 소설과 판타지, 만화책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이를 단순한 허구가 아닌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특히 '우주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의 철학(일론 머스크가 자칭한 이름)'을 바탕으로 인류 문명을 광활한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작은 촛불'에 비유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다행성 종족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을 '외계인' 혹은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고 농담을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일론 머스크는 스스로를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라는 일을 하는 나에게 그의 "비관론자로 맞기보다 낙관론자로 틀리는 것이 삶의 질 측면에서 낫다"는 낙관주의적 태도는 일종의 장기투자자로써의 영감을 주기도 했다.


2. AI와 로보틱스를 통한 '지속 가능한 풍요'

머스크는 AI와 로보틱스가 결합할 때 인류는 '지속 가능한 풍요(Sustainable Abundance)'의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한다.

경제적 팽창: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편화되면 경제 생산량은 '로봇당 평균 생산성 x 로봇 수'가 되며, 이는 전례 없는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다.

인간 필요의 충족: 미래에는 로봇이 사람보다 많아질 것이며, AI와 로봇이 인간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켜 더 이상 로봇에게 요구할 것이 없는 수준의 재화와 서비스 풍요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휴머노이드 로봇(Optimus):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은 현재 공장에서 단순 작업을 수행 중이며, 2025년 말까지는 일반 대중에게 판매될 수준의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노인 간병이나 반려동물 돌봄 등 다양한 가사 노동에서 활용될 수 있다.


3. 지능의 진화와 타임라인

머스크는 AI의 발전 속도에 대해 매우 급진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2024년 말이나 2025년까지 AI가 어떤 개별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이며, 2030년 혹은 2031년경에는 인류 전체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AI가 '터미네이터'와 같은 재앙적 시나리오로 흐르지 않도록 매우 주의 깊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4. 에너지 인프라와 우주 데이터 센터

전력 병목 현상: AI 칩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전력 공급 증가율은 연간 3~4%에 불과하여 조만간 전력이 AI 배포의 근본적인 제한 요인이 될 것이다.

태양광 에너지: 머스크는 태양광을 지상과 우주 모두에서 핵심 에너지원으로 본다. 특히 우주는 대기 감소가 없고 구름이 없기에 지상보다 약 5배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우주 기반 AI 데이터 센터: 우주는 냉각이 용이하고(3도 켈빈의 저온) 공간 제약이 없으며 무한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에 AI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며 2~3년 내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젠슨 황: 컴퓨팅 패러다임의 전환과 산업 혁명

1. 철학적 기반 및 인간적 성향

래리 핑크는 젠슨 황이 인지력과 리더십을 갖춘 '스승'과 같은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나 역시 동의한다. 나는 젠슨 황을 보면 영화 쿵푸 팬더가 떠오른다.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와 고생을 하며 공부를 했던 젠슨 황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볼 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가 엔비디아라는 회사를 만들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할 때마다 보여주었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다. 영화 쿵푸 팬더를 보면 쿵푸 팬더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무한한 긍정마인드: 부정적 감정을 이겨내기 위한 긍정마인드가 아니라 부정적 감정을 아예 모르기 때문에 무한하게 긍정적일 수 있는 마인드

외부 충격이 강할수록 더 강해지는 반작용 시스템: 상황이 어려워지고 외부에서 공격이 강해지면 그 어려운 상황과 강한 외부의 공격을 이용하여 스스로 혁신제품을 개발하는 반작용 시스템

화려하지 않지만 항상 중심이 되는 인간적인 매력: 현 시대 전 세계 시총 1위 회사의 CEO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겸손하고 가끔 썰렁하며 귀여운 구석이 있지만 그가 말을 시작하면 완전히 빠져들게 하는 매력


그는 기술의 본질을 꿰뚫는 '제1원칙(First Principles) 사고'를 중시한다. 그는 과거 IPO 이후 부모님께 메르세데스 S-클래스를 선물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했던 일화를 공유하며, 당시 주식 가치가 현재에 비해 낮았던 것을 언급하면서도 부모님에 대한 효심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AI를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고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민주적 도구'로 바라보며, "리더십은 마음과 영혼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2. AI 인프라의 '5층 케이크' 구조(매우 중요. 이번 젠슨 황 인터뷰의 핵심)

그는 현대의 AI 산업을 5개의 계층으로 설명한다:

1. 에너지: 지능 생성을 위한 근본 토대.

2. 칩 및 컴퓨팅 인프라: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하드웨어 계층.

3.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 계층.

4. AI 모델: 오픈 소스 및 폐쇄형 추론 모델.

5. 애플리케이션: 금융, 의료, 제조 등 실제 경제적 가치가 발생하는 최상위 계층.

그는 현재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구축이 시작되었으며, 향후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3. 노동의 변화: 목적(Purpose)과 과업(Task)의 분리

AI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황은 상반된 견해를 제시한다.

생산성 향상과 고용 확대: 방사선 전문의와 간호사의 사례를 들어, AI가 '스캔 분석'이나 '차트 작성' 같은 반복적인 과업을 자동화하면, 인간은 환자와 소통하고 진단하는 본연의 목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서비스 수요가 늘고 고용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숙련 노동자 부족: AI 팩토리와 칩 공장을 짓기 위해 배관공, 전기 기술자, 강철 노동자 등 숙련직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오히려 노동력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줄어드는 일자리에 집착하기 보다는 기존 일자리에서 생산성 증가로 부가가치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과 실제로 다양한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자리보다 더 크게 늘어나는 현상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4. 코딩의 민주화와 기술 격차 해소

젠슨 황은 AI가 사용하기 가장 쉬운 소프트웨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제 코딩을 배우기보다 'AI에게 어떻게 명령하고 관리할 것인가(Prompting)'를 배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자연어가 곧 프로그래밍 언어가 됨으로써, 컴퓨터 과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도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으며, 이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5. 물리적 AI와 유럽의 기회

그는 텍스트를 넘어 물리적 세상을 이해하는 '물리적 AI(Physical AI)'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제조 기반이 강력한 유럽이 AI 기술을 산업 현장에 결합한다면, 소프트웨어 시대를 주도했던 미국을 뒤이어 로보틱스와 물리적 AI 분야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같은 길을 가는 것 같지만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두 거장

일론 머스크와 젠슨 황의 비전은 AI가 인류 문명을 재구성하는 거대한 동력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직면할 지능의 폭발적 진화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노동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지속 가능한 풍요'와 우주로의 확장을 지향한다. 반면 젠슨 황은 AI를 통해 '산업 생산성'을 재정의하고, 기술의 문턱을 낮추어 누구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에 집중한다.

즉,
머스크는 인류를 "업그레이된 생명체"로 만들고자 하는 길을 가고 있고,
젠슨 황은 인류가 "더 인간답게 잘 살기 위한 산업혁명"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둘의 종착점이 다르다 할지라도 일단 이 엄청난 변화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두 리더의 공통된 권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 공통된 권고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직접 참여하여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활용하라는 것이다.


* 마침 유튜브에서 이 둘의 인터뷰를 한국어로 잘 번역한 영상을 찾게 되어 아래에 공유를 드린다. 유튜브 썸네일(영상 제목)에 영향을 받지 마시고 주말을 맞이 하는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아침 커피 한잔 하시면서 보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