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밥 리뷰
스프에 밥을 말아먹기
나는 스프밥을 굉장히 좋아한다. 오뚜기 양송이 스프에 감자, 당근, 브로콜리나 샐러리를 기호에 따라 추가한 후 뭉근하게 끓인 스프에 밥을 말아먹는 스프밥을 종종 즐긴다.
급식 시절, 치즈 돈가스와 토마토 파스타가 세트로 나오는 날이면 국은 무조건 인스턴스 양송이 스프였었다. 돈가스 소스보다 스프에 돈가스를 찍어먹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일부러 돈가스 소스는 받지 않았고, 대신 스프를 듬뿍 받았었다.
그 시절만 해도 맛있는 파스타 시판 소스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케첩 맛이 나기도 했던 파스타의 부족한 맛을 남은 돈가스와 밥을 스프에 한 번에 말아 비벼먹는 ‘스프밥’으로 마무리하면 환상의 점심 식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20여 년 동안 즐겨 왔던 레시피였기 때문에 이게 특이한 줄 몰랐지만 군 생활 중에, 혹은 회사 점심시간에 돈가스를 먹다가 함께 나온 스프에 밥을 말아먹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저항받았다.
마치 내가 못 먹을 음식을 먹는 것처럼 ‘이게 뭐냐’, ‘왜 꿀꿀이죽을 스스로 만들어 먹는 거냐’, ‘어린 시절에 관종들이 이렇게 먹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스프밥을 먹던 나를 꼽주고 꾸짖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같이 못 먹을 만한 것은 메뉴로 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수많은 경양식 돈가스 집에서, 심지어 자라나는 아이들의 영양을 생각하는 까다로운 급식 영양사 선생님이 스프와 밥을 함께 메뉴로 구성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어디서도 메뉴로 함께 나오지 않는 냉면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냉면밥’을 먹는다면 미친관종샛기가 맞지만, 함께 메뉴로 구성되어 있는 떡볶이 국물에 주먹밥을 말아먹는 ‘떡볶이밥’은 극히 정상적이라고 본다.
같은 시선에서 돈가스 정식에 포함되어 있는 양송이 스프와 밥을 조화로이 즐기는 ‘스프밥’이 이상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녹진하게 잘 끓인 스프와 함께 즐기는 스프밥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이 안타깝다.
버섯 크림 리소토는 이만 원 넘는 가격에 좋다고 먹으면서 그와 거의 유사한 맛인 양송이 크림 스프밥은 비호감이라고 저항하는 것을 보면 어지러울 따름이다.
스프와 밥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낡아빠진 고정관념을 버리고 오늘 저녁 스프밥으로 급식 영양사 선생님이 스프와 밥을 함께 메뉴로 구성한 그 커다란 뜻을 이해해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