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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n 22. 2023

디즈니의 PC주의 <인어공주> 리뷰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티나는 혁신은 거부감과 반발을 수반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분한 의도를 가지고 과하게 포장된 혁신보다, 은근슬쩍 스며드는 혁신이 오히려 성공에 유리하다 생각한다.




친구들과 술마시는 중에 어쩌다가 타다나 우버와 같은 공유 서비스의 실패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공유 경제 모델은 왜 공감받지 못했는가”에 대한 논의였고, 우리는 차량 공유라는 혁신이 과하게 포장되어 거부감을 넘은 공포감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만약 타다나 우버가 <여천운수>와 같은 그럴싸한 이름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체로 시작해서,


조합에도 가입하고, 구로나 양천 차고지에 컨테이너 사무실도 운영하면서,

매쉬 소재 조끼가 잘어울리는 친근한 사무장님도 고용하여 소속 기사님들 수를 충분히 확보한 후에는,

조합의 체육대회도 참여하고 여천배 테니스대회도 개최하는 등 조합원들과 네트워킹도 하다가,


슬쩍 구청 체육시설 예약 서비스 수준의 어플을 내거나, 슬쩍 렌터카 사업까지 확장했다가, 슬쩍 운용하고 있는 렌터카에 기사님도 빌려주는 서비스를 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으면 어땠을까


슬쩍 어플의 UI도 깔끔하게 바꾸고, 슬쩍 법인명도 ‘타다’나 ‘우버’로 바꾸었다면 기사님들도 ‘거가 원래 여천운순디 그런데 아니여~, 그런 사람들 아니여~’하시면서 옹호해주시지 않았을까



마치 서비스가 기반하고 있는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엄청난 것처럼 포장했고, 편하고 쉬운 유저 인터페이스와 친절하고 깨끗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를 외쳤으며, 바운더리 밖에 있는 아웃라이어라는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에,


오직 수도권에서, 고작 1500대만을 운영했을 뿐이지만, 택시조합과 기사님들에게 공포감을 준 것이라는 흐름의 말같지도 않은 술자리 트래시 토크였다.



최근 인어공주로 인한 다양한 논란들을 보며, “디즈니의 PC주의는 왜 공감받지 못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여천운수> 해결법이 다시 떠올랐다.


인종의 다양성, 젠더리스를 아이들에게 보여줌을 통해 정치적 올바름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행보가 왜 이렇게 공감받지 못하는지, 디즈니의 차별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이 왜 공감받지 못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들의 PC주의 역시 과하게 포장되고 강조되어 오히려 거부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디즈니가 PC주의 애니메이션계의 <여천운수>도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더 아쉬움이 큰 것 같다.


바로 <주토피아>다.


잘 구현된 귀여운 캐릭터들과 그들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배경들, 적절한 음악들과 애니메이팅 기술이라는,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장점들을 유지하면서도,

인종의 다름과 그에 따른 강약의 이슈를 육식동물과 초식동물과 같은 종의 다양성으로 표현하는 고급진 비유와 함께,

다양한 동물들의 의인화된 말과 행동을 매력적으로 다룸으로써 사람들이 모두 각자 다르다는 점을 아름답게 포장하였으며,

주디의 경찰로서의 삶을 통해 슬쩍 유리천장과 젠더 이슈를 보여주었고,

근본적 차별과 편견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약자 역시 강자를 혐오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역차별이라는 까다로운 주제까지도 깊이있게 다루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런 자연스러운 메세지 전달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서로의 차이를 더 포용하게 될 것이에요. 변화의 시작은 바로 여러분이며, 제 자신이며, 우리 모두니까요”

라는 주디의 마지막 대사에서 볼 수 있듯, 사회적 편견, 불평등, 선입관, 갈등 등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결국에는 행복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메세지를 담았기에, 전세계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그 어떤 영화보다 PC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어떠한 혁신이든 초반에는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강력한 반발 또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현상을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디즈니의 PC주의적 행태와 그에 따른 도를 지나친 반발 역시 혁신으로 인해 사상이 발전하고, 사회 전반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반합 정도의 경향성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반발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은근슬쩍 스며드는 혁신의 성공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는 디즈니이기에, 인어공주와는 달리 누구의 기분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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