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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n 22. 2023

<스즈메의 문단속> 리뷰

<#스즈메의문단속>을 봤다.


처음 만난 존잘을 돕겠다고 몇 번이고 하나뿐인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며 국토대장정급 여정을 자청하는 것에서 스즈메의 오지랖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 일본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다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 너무 많은 메세지들을 제한된 시간 내로 넣으려고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잦은 스토리 스킵으로 개연성이 부족해졌다는 지적 등 여러 지적이 있다.


그러나 진짜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것은 스즈메의 ‘피지컬’이었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의 어마어마한 언덕길을, 기어 변속조차 되지 않는 바구니 달린 생활용 자전거로 업힐을 올라가는데, 진짜 보는 사람조차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의 라이딩이었다.


어깨와 전완근을 딱 잡아놓고, 순수 둔근 힘으로 좌우로 한번씩 딱딱 댄싱치면서 올라가는데 조-온나 시원시원했다. 생활차로 저 정도 언덕 댄싱이면, 아마 로드자전거였으면 투르 드 프랑스 순위권급일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매일 언덕길 등하교 수련법을 했다지만, 말도 안되는 스즈메의 피지컬이야말로 정말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초반에 스즈메의 경이로운 업힐을 본 이후로는 어떻게 저런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까하는 의문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스즈메 이모를 통해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후반에 나온 이모의 20KM 생활차 라이딩을 보며, 스즈메의 피지컬은 모계 유전임이 분명하다는 답을 얻었다. 계속 내면에서 날 괴롭히던 개연성 문제가 속시원하게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스즈메의 이모야말로 진짜 피지컬 괴물이었다. 논밭에 버려져있는 자전거로 스즈메랑 돼지고양이 한마리, 작은 고양이 한마리를 태우고 20KM를 달리는데 그 여유가 ㅈ간지였다.


스즈메 생활차와 마찬가지로 기어 변속도 되지 않는 심지어 녹슨 자전거로,

50KG 가량의 스즈메, 10KG 가량의 돼지 고양이, 2KG 가량의 애송이 고양이, 도합 62KG 정도의 무게를 달고,

심지어 다리를 벌리고 안정적으로 태운 것이 아니라, 조나 새침하게 한쪽으로 돌아 앉은 조카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20KM를 오후 4시경부터 5시반 정도까지 90분에 끊어내는 40대의 이모를 보며, 스즈메의 피지컬이 완벽하게 이해되었다.


스즈메는 그냥 모태근수저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스즈메이모챌린지 에 도전해보았다.


물론 장시간의 차량탑승 상태, 여고생과 다이진-사다이진을 태운 특수 상황, 시골에 버려져있는 녹슨 자전거를 긴치마를 입고 탔으면 더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아는 여고생이나 거대 돼지 고양이가 없을 뿐더러, 시골에서 긴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뽀릴 정도의 대담함은 부족했기 때문에, 그냥 헬스장에서 사이클을 타는 것으로 갈음했다.


그래도 최대한 비슷하게 해보기 위해 사이클 레벨 파워를 16정도로 해서 62KG 정도의 무게를 대체했고, 오른쪽 발목에만 2KG 모래주머니를 차서 무너진 밸런스를 대체했으며, 말안듣는 조카와 말하는 고양이를 고향 마을까지 데려다 주어야 하는 특수 상황은 순수 나의 연기와 과몰입으로 대체했다.




90분 정도를 목표로 탔는데 #스즈메이모챌린지 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84분 정도 걸려서 나의 앙큼한 조카 스즈메의 고향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으며, 땀이 많이 나기는 했지만 숨을 헉헉댈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긴치마가 아니라 그냥 헬스장 자연빵 상하의를 입었다는 점, 자전거가 녹슬지 않았다는 점, 위아래로 몸을 흔드는 돼지 고양이나, 새침하게 옆으로 돌아앉은 조카를 태우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적 차이가 있었다.


비교군인 나의 몸 상태가 바프 준비로 18%의 체지방률, 40KG의 골격근량으로 역대금 피지컬 황금기를 지나는 중이라는 점에서도 나와 랩타임의 큰 차이가 없는 40대 여성인 스즈메 이모가 피지컬 괴물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직접 실험해보니 #스즈메이모챌린지 가 생각보다 괜찮은 유산소 운동법이었다.


헬스장에서 그냥 사이클을 타면 재미가 없지만, 이렇게 재해로 안타깝게 죽은 언니의 속썩이는 딸래미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특수 상황에 과몰입해서 사이클을 타니 목표 의식도 생기고 절박함도 생겼다. 기계적인 유산소 시간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이 챌린지에 한번씩 도전하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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