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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n 22. 2023

넷플릭스 다큐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에서> 리뷰

우주수련법으로 마음의 안정 찾기

우리 인간은 현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세상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법칙들을 발견해 왔다.


갈릴레이가 화성의 역행을 통해 지동설을 만들었듯이, 행성과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낮과 밤의 변화, 계절의 변화와 일식과 월식 등 자전과 공전에 대한 천문학 지식을 얻었고,


뉴턴이 대굴빡에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 법칙을 만들었듯이, 물체의 움직임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을 통해 운동, 중력, 마찰력과 같은 물리학 법칙을 찾아냈으며,


다윈 성님이 갈라파고스 꼬북이들을 보며 진화론을 제시했듯이, 꽃과 나무가 어떻게 자라는지, 동물이 어떻게 행동하며 생식하는지에 대한 관찰을 통해 생명과학과 의학에서의 지식 체계를 확립했다.


쿨롱의 법칙, 베르누이의 방정식, 앙페르의 법칙, 카르노 사이클과 같은 역학의 아름다운 공식들은 모두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한 엄밀한 관찰을 통해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인간의 호기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자연법칙은 우리에게 확신을 줄 수 있었다.


작게는 지구와 태양계에 관하여.

크게는 우리 은하와 우주 전체까지.


우리 지식의 많은 부분은 이러한 자연법칙들을 바탕으로 확실한 예측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기인되었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물리학적 이론이 있었고, 그걸 이용하여 예측을 해왔으며,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예측이 실현되는지 확인해 왔다. 따라서 물리법칙을 이용해 세상이 어땠을지 예측하고 말함으로써 초기 우주에서 현재까지 어떻게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홀은 문제가 된다.


모든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관찰이 불가능’하며,

‘호킹 복사’의  발견으로 인해 ‘정보가 소멸’할 수 있다는 현대물리학과 양자역학으로 쌓아온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블랙홀 정보 역설’을 가져왔기 때문에.


인류의 주된 관심이 실험적으로 감지되는 현상이라면, 블랙홀처럼 관찰이 불가능하면서도 기존 지식 체계를 파괴하는 실체에 대해서는 어떤 지식을 가질 수 있을지.


블랙홀이 정보를 소멸시키는 것은 가능해서는 안되며, 만약 그렇다면 이는 블랙홀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기존 물리 법칙이 붕괴한다는 것인지.


우리가 쌓아온 아름다운 학문들에 기반한 우주의 예측 가능성이 블랙홀로 인해 무너진다면 그것은 다른 것으로도 무너질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법칙의 무너짐으로 인해 우리가 미래에 예측할 것들도 확신할 수 없으며, 심지어 우리 우주의 과거 역사에 대한 확신이 무너진다면 지식의 정립에 한계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게 뭐 그렇게 대수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론천체물리학자들은 위와 같은 고민들로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심정이었나 보다.




따라서 이 다큐멘터리 <블랙홀 : 사건의 지평선에서>는 ‘관찰’ 불가능한 블랙홀에 대한 지식 체계를 ‘정립’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블랙홀을 시각적으로 관찰하려는 그룹의 이야기와 정보역설로 인한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이론 천체물리학 그룹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큐멘터리 속 블랙홀을 관찰하고 설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물리학의 붕괴, 우리 우주의 붕괴, 과거와 미래의 붕괴에 비하면

당신의 커리어, 당신 회사의 이익, 전국가적 위기 등의 고민들이 매우 짜치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치열한 현실 속에서 번뇌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다.


고민의 크기를 정량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비인간적일 수는 있어도, 천체물리학자와 누구의 고민이 더 큰지 내기라도 하게 된다면, 당신의 고민은 개같이 떡실신 당할 것이 분명하다.


짜치는 고민들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 다큐를 통한 <블랙홀 수련법>으로 내면의 평화를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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