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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n 22. 2023

파우스트 리뷰

메피스토텔레스처럼 살기

파우스트를 읽고, 나는 ‘소인배’ 파우스트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비록 악마일지언정 ‘대인배’인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파우스트> 속 파우스트는 전형적인 하남자였다.


쉰 살의 나이로 철학, 의학, 법학, 신학 등 이미 세상의 많은 지식을 섭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학문의 한계성에 절망하며 구조에 불평하는 불편충인 샛기,


젊고 예쁜 그레헨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굉장히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마녀가 만든 젊어지는 약과 메피스토의 환상 버프를 함께 받아 겨우 말을 걸었던 JB 샛기,


처음 방탕한 삶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악마의 유혹에 대해 고민과 번뇌를 수반한 저항을 하였지만, 이후 쾌락에 뇌가 절여져서 자기가 더 신나서 기상 천외한 일탈을 제안하던 싸패 샛기,


죽기 직전에 뉘우친 척을 하지만 결국 천국은 자신의 힘으로 간 것이 아니라, 자기가 미혼모 만들고 오빠까지 죽여버려서 감옥에 갇혀있다가 비참하게 죽은 그레헨의 사랑으로 겨우 구원받은 샛기,


파우스트는 그런 하남자 샛기였다.




반면 우리 메피스토펠레스 형님은 어떠한가.


하느님 앞에서 그의 업적만을 칭송하는 천사들과는 달리, 마치 부사장님한테 성과급이 적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MZ 직원처럼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시원하게 지적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형님,


단순히 인간 하나 유혹하는 것에 불과한 직무임에도 변장, 약 제조와 같은 빼어난 업무 관련 능력과 지옥 가보기 1회, 지옥에서 영혼 데려오기 1회, 호문클루스(인조인간) 제조 경험 1회 등 풍부한 직무 경험을 가진 인재이자,


인간의 인습과 위선이라는 두꺼운 껍질들을 쉽게 꿰뚫어 보는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선지자,


자신의 실수나 약점은 시원하게 인정하면서 스스로를 조리돌려버림으로써 세상에 대한 조소를 잃지 않는 해학적인 사내 아니던가!




사람들은 인간의 본질적인 불완전성 때문에 절대성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러한 불완전성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불가능성에 도전한다는 것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며, ‘끝까지 부단히 노력하는’ 파우스트를 빨아주었다.


심지어 독일 문학계에서는 독일 정신이니 뭐다 해서 파우스트는 단순히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니라 더 나아가 우주의 본질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하면서 파우스트 전용 비데를 자청했지만,


시대는 변했다.




호방한 상남자 메피스토펠레스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


악이 없으면 선도 없으며 악 역시 우주 질서에서 선 못지않게 중요하므로, 메피스토펠레스 역시 파우스트 못지않게 괴테가 창안해 낸 가장 위대한 작중 인물로 평가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리고 나는 하남자 찌질이 파우스트보다 상남자 형님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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