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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n 23. 2023

이마트 쇼핑백 리뷰

쇼핑백계의 GOAT

이마트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물품을 취급하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노랑 쇼핑백이 그중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라 생각한다.




우선 가격이 미쳤다.


하나에 500원이다. 이마트에 갔는데 깜빡하고 쇼핑백을 두고 온 경우 500원만 내고 사용하면 개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 침투력이 엄청나다. 바퀴벌레급 침투력이다. 집에서 이 노랑 쇼핑백 하나를 발견했다면 높은 확률로 집에 5개 정도가 쌓여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점은 집에 10개 이상 쌓여있는 이 쇼핑백을 이마트 고객센터에 가져다주면 하나에 500원씩 돌려준다는 것이다. 애초에 판매하는 개념이 아니라 보증금 500원을 주고 빌려주는 개념이기에 반납을 통한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다.


나 역시 이게 종량제 봉투처럼 판매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쌓여있던 쇼핑백을 반납하고 오천 원을 지급받았을 때는 거의 오르가즘을 느꼈다.




내구성이 미쳤다.


보증금 500원짜리 주제에 말도 안 되게 질기고 튼튼하다. 무거운 것을 넣어도 절대 터질 일이 없고 짱짱하다.


품질 보증 수표인 가정 주부와 자취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신뢰가 간다. 동네를 다니시는 아지매이들 5명 중 3.2명은 무조건 이 쇼핑백을 들고 다니시며, 자취생이 많은 대학가에서도 할인마트에 오는 대학생 10명 중 4.7명 정도는 이 가방을 들고 있다.


지난주에 엄마가 반찬 싸준다고 반찬통과 각종 얼린 국물들, 과일 락앤락통을 도합 10개 정도 담아줬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짐작건대, 저 손잡이만 떼어 그 손잡이가 헬스장에 간다면 3대 400 정도 칠 것임이 분명하다.




활용도가 미쳤다.


20세기 대한민국에 델몬트 오렌지 주스통이 있었다면,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이마트 노랑 쇼핑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에서 carry가 수반되는 대부분의 상황에 사용 가능하다.


1차원적으로는 장 보러 갈 때 장바구니로 사용하지만, 고차원적으로 접근하면 헬스장 갈 때 헬스 가방으로도, 목욕탕갈 때 목욕가방으로도, 소풍 갈 때 피크닉 바구니로도, 해외여행 갈 때 캐리어로도, 우리 아이 등교할 때 실내화 주머니로도, 카페 갈 때 노트북 파우치로도 활용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메시지가 미쳤다.


사람들은 이 쇼핑백을 ‘이마트 노랑 쇼핑백’로 기억하나, 이 쇼핑백의 문구를 보면 하얀 수달이 춤추면서 “I‘m little cute. And i love clean water. Please save water, save our life”라고 말하고 있다.


보통 쇼핑백, 에코백이라고 하면 비닐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종이백을 낭비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곤 하지만 이 녀석은 다르다. 아무 상관없는 수질 개선을 촉구한다.


무분별한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에코백이지만 수질 개선을 촉구하는 메시지, 깨끗한 물을 원한다고 말하면서 춤추고 있는 하얀 수달, 수질 개선을 요구하지만 물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샛노란 배경. 이 모든 것들의 기묘한 괴리들을 범인인 나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모든 것들을 조화시키며 쇼핑백을 완성한 디자이너는 진짜 미친 것이 분명하다.




이 쇼핑백은 이미 GOAT이기에 내가 사용 촉구할 필요조차 없지만, 환전이 가능하다는 점, 담고 있는 메시지가 있다는 점만 알아가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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