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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n 23. 2023

<엘리멘탈> 리뷰

"아름답고도 냉혹한 픽사식 비유법"

https://www.pixar.com/elemental


픽사의 비유는 아름답다.

그러나 냉혹하게도 현실적이다.



https://www.pixar.com/elemental

이 영화 <엘리멘탈>을 보다 보면 엘리멘트 시티는 미국을,

그곳에 최초로 이주한 물은 백인을,

그다음 이주한 흙은 유대인을,

그리고 세 번째 이주자이자 스포츠에 능한 공기는 흑인을,

마지막 이주자이자 파이어타운이라는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는 불은 아시아계 미국인 혹은 히스패닉을 비유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세히 바라보면 아름답게만 보이는 엘리멘트 시티는 미국의 사회 구조를 지독하게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엘리멘트 시티는 물에게 가장 유리하다.

그리고 물에게 친숙할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물을 맞으면 더 풍성한 이파리를 가지게 되는 흙은 ‘구조적으로’ 엘리멘트 시티에서 살아가기 좋다.


위치상으로도 물과 달리 둥둥 떠다니는 공기는 물로 인해 이득을 보지는 못하지만, 스포츠와 같이 본인들이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수혜 받는다.




또한 도시의 모든 인프라도 물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

열차도 물 위를 떠다니며 심지어 지나갈 때마다 선로의 물이 흘러넘쳐 도심으로 떨어진다.

도심 전역으로, 심지어 불들이 모여사는 파이어타운까지도 수로와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다.

수로는 행정부에 의해 ‘단수’되어 있을 뿐, 언제든지 다시 물이 흐를 수 있다.




그래서 엘리멘트 시티는 ‘구조적으로’ 불에게 불리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불은 이 불리한 구조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열차가 지나가며 선로의 물이 넘쳐흐를 때에도,

도심 속의 분수나 폭포를 마주할 때에도,

관중들의 파도타기를 받아낼 때에도,

그저 우산 하나로 자신을 보호할 뿐이다.

우산으로 막지 못한다면 몸의 일부가 꺼져버릴 수도 있을 테지만,

도심 속에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자신에 대한 위협들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낸다.


파이어타운에는 물이 필요 없음에도 시청의 단속 때문에 언제든지 물이 흐를 수 있는 파이프를 집 안에 그대로 두며, 삶의 터전을 없애버릴 수도 있는 수로도 그저 시청의 ‘단수 조치’에 의존하여 그대로 방치해 놓는다.




평생을 유리한 환경에서 살아온 물이 물 흐르듯 내뱉곤 하는 차별적인 말들도 그저 감내한다.

입국심사대에서 그냥 그들이 발음하기 쉽게 붙여버린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이민 2세대로 자신에게도 전부인 언어를 말할 뿐이지만 ’ 우리말‘을 어떻게 잘하냐는 질문도 웃어넘기며,

엘리멘트 시티는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며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매우 이상적이면서도 불의 입장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대가리 꽃밭 발언에 흔들린다.




그리고 주인공인 ‘불’ 엠버는 자신에게 불리하며 구조적으로 차별적인 환경 속에서,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던 이전 세대의 고생과 그들의 정체성을 품어야 하면서도,

자신이 태어난 기회의 땅에서 다른 원소들처럼 자유롭게 꿈을 이루고 싶은 욕망에 번뇌하며,

이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원소’로서 정체성을 찾아간다.




픽사는 언제나 아름다운 비유들로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을 말해왔다.

이 영화 <엘리멘탈> 역시 이민 2세대로서 1세대인 부모님에 대한 생각과 이방인 아닌 이방인으로서 미국 사회를 살아온 경험들을 4 원소 캐릭터를 통해 아름답게 그려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비유들 속에는 이민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불합리한 경험들에 대한 냉철한 고증들도 담겨 있었다.




누군가는 이 영화 <엘리멘탈>이 <주토피아>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다고 하여 내려치곤 하는데, 그런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다루었다고 하여 비슷한 영화라고 하는 기준은, ‘인어공주’와 ‘백설공주’, ‘라푼젤’과 같은 디즈니 공주님 영화들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기준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이민자가 아니기에 그들의 모든 아픔들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아름답게 그려진 배경 속에 숨겨진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아픔들을 찾아가며 영화를 본다면

<엘리멘탈>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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