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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n 26. 2023

넷플릭스 <식극의 소마> 애니 리뷰

성인 만화의 탈을 쓴 훌륭한 요리 만화


나는 요리 만화를 통해 미식의 세계에 입문했다.


동아일보에서 일주일에 한 회씩 연재되던 허영만의 <식객>을 보며 신선한 재료의 중요성을 배웠다.

또한 <맛의 달인>을 보며 맛과 미식이라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세웠다.

<미스터 초밥왕>을 통해 일식 조리의 진수를 보았고, <식극의 소마>를 통해 세계의 여러 나라의 조리법을 엿볼 수 있었다. 만화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만화를 통해 맛을 배웠다.


 어느 주말 넷플릭스를 방랑하다가, 요리 은사님 중 한 분이신 ‘식극의 소마’님이 애니화되어 올라와있는 것을 보았다. 스승의 날에 스승을 찾아뵙는 심정으로, 오랜만에 스승님을 다시 뵈었다.




스토리는 꽤 전형적이다.


‘유키히라’라는 정식집의 아들인 ‘유키히라 소마’가 ‘토오츠키’라는 요리 전문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그 학생들과 ‘식극’이라는 요리 대결을 펼쳐가는 우당탕탕 쿠당탕탕 성장기이다.


다만 요리가 맛있으면 맛있을수록 사람의 옷이 더 많이 벗겨지며, 특정한 가문 출신은 ‘전수’라고 하여 먹은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관람자의 옷까지 벗겨버린다는 개념이 있다는 것이 다른 요리 만화와의 구별 지점이다.

작가가 원래 성인만화가 출신이기에 그 묘사가 상당히 매혹적이며, 그 묘사 속에 극한의 미각적 만족은 성적 만족과 같다는 작가 본인의 철학을 잘 담고 있다.


이런 과한 리액션 장면들을 보고 초반에 하차한 사람도 꽤 있으리라 생각되나, 사실 이 만화의 진수는 서비스신이 아니다.



옷이 벗겨지는 서비스 장면들 때문에 저평가되어 있을 뿐, 요리적 고증이 매우 뛰어나다.


메밀가루는 메밀 열매를 갈 때 어느 분위기를 쓰느냐에 따라 1번부터 3번으로 구분되며 1번이 가장 매끄럽고 품위 있는 맛을 내고 3번은 거칠고 강렬한 풍미를 낸다는 일식 메밀 구분법부터, 이탈리아 정통 카르파치오와 카르토치오의 구체적 조리법, 다양한 향신료를 조합하여 특정한 맛을 내는 인도의 향신료 조합법과 최신 분자 요리에 가까운 지식들까지. 재료를 다루는 요리법의 묘사가 전문적이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각각의 캐릭터의 요리사로서의 개성이 명확하며, 그 고증이 잘되어있다는 점이 커다란 매력 지점이다.


실제 많은 요리 블로그나 유튜브에 식극의 소마에 나온 레시피대로 조리한 요리들이 아카이빙되어 있으며, 그 평가가 꽤나 좋다는 점에서 이 만화가 담고 있는 레시피의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요리에 집중하다 보면 그 야한 리액션도 볼수록 매력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야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이런 멘트들을 생각해 낼 수 있는지 피식잼을 넘은 경외감까지 느끼게 된다.


단지 고기맛이 나는 감자버섯베이컨을 먹고 ‘육즙~’이라 외치며 전라 상태로 전신이 포박된 상태로 움직이질 못하기도 하고, 단지 구운 마른오징어 다리에 꿀 바른 것을 먹고 거대 점성 크라켄에게 포박된 것으로 묘사하는 것을 보면 나중 가서는 광기까지 느껴진다. 다음엔 어떤 리액션이 나올까 기대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따라서 시청하면 좋을 것 같은 추천 대상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신혼부부다. 단기적인 요리 기술의 향상이 필요하고, 상대의 요리에 대한 과한 리액션이 필수이며, 언제 어느 때 둘이 눈이 맞아 옷을 벗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신혼부부에게 이보다 좋은 애니는 없다고 생각한다.


 음식으로 오르가즘을 느끼곤 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스토리의 구조 상 노출신이 필수적이기에 남녀불문 전라 장면이 자주 등장하나 사실 그렇게 야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순대국밥에 소주를 먹는 것을, 삼겹살과 김치를 같이 구워 먹는 것을, 짜파게티에 파김치를 올려 먹는 것을 ‘섹스’라며 상스럽게 표현하곤 하는 사람들이 야동 대신 보면, 그들의 성식욕 해결에 좋을 듯싶다.




그러나 전형적인 용두사미 시리즈이고, 시리즈를 지날수록 뇌절을 거듭하며, ‘느와르’라는 집단이 나온 이후에는 스토리가 이상해지기 때문에 3부까지만 볼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3부까지는 웰메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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