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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l 20. 2023

아이디얼포맨 선디펜스올인원 리뷰

스킨 로션 선크림을 바를 확률에 대하여


나는 세수를 좋아한다.


때와 장소도 크게 가리지도 않으며, 따로 세숫비누나 폼클렌징이 없이도 가능하다.


일을 하다가 화장실에 구비되어 있는 손세정제로 비누 세수를 하기도 하고,

밥 먹기 전 식당에서 나누어주는 물티슈나 물수건으로 고양이 세수를 하기도 하며,

헬스 후 샴푸 밖에 없을 때는 샴푸 세수, 트리트먼트 밖에 없을 때는 트리트먼트 세수를 하거나,

혹시나 땀이 많이 났던 경우라면 아무것도 없이 자연빵 셀프 등목을 갈기곤 한다.




그리고 개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세수 방식은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갈기는 폼클렌징 세수다.


일제 센카이 파랑이로 세수했을 때 얼굴에 느껴지는 쫀쫀함과 빡빡함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얼굴에 유분기를 모조리 날려주는 이 깔끔함이 폼클렌징을 사용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짱짱함이 무언가 잘못된 것이며, 건조해진 피부를 위해 스킨과 로션을 발라야 한다는 개념을 작년에야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빤스 한 장 안 가지고 떠났던 즉흥 여행에서, 스킨 로션을 안 가지고 와서 폼클렌징 세수를 못하겠다고 징징대는 애송이들을 쫄보라 놀렸었지만, 나만 그런 의식 없이 세수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다면 모를까.


스물여덟의 나이에 새로운 개념을 들으니 막연한 거부감이 들었다. 사실은 폼클렌징만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스킨에 로션까지 판매하기 위한 K-뷰티 회사의 상술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도 쭉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 왔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살아도 피부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좋은 피부는 사실 재능인 듯싶다.


오히려 나이에 맞지 않을 정도로 좋은 피부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딱히 관리를 할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법.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에서 이제부터는 그루밍족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그루밍족을 향한 역사적 첫걸음은 스킨과 로션, 선크림을 꼬박꼬박 챙겨 바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올리브영에 갔다.


당연히 스킨과 로션을 따로 바르는 것은 너무 귀찮을 것이기에, 당연하게도 나는 맨즈 코너의 올인원 중에서 고민을 시작했고, 그러던 중 이런 개꿀따라시 같은 제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킨과 로션에 선크림의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니, 이런 사기 아이템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상 구매를 하고 나니, 이렇게 여러 기능이 결합된 제품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크림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바르게 되면 선크림 특유의 유분감과 약간 뜨는 그런 느낌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해가 없는 날에는 바르는 것이 꺼려졌다.


만약 스킨/로션/선크림을 하나씩 샀다면 1/(2*3) = 1/6의 확률로 각각을 모두 안 바르는 상태였을 것이며,

스킨+로션 올인원 제품과 선크림을 따로 샀다면 1/4의 확률로 모두 안 바르는 상태가 되었을 것이지만,

스킨 로션 선크림 삼단합체 제품을 구매했다 보니 1/2의 확률로 맨얼굴 상태가 되었다.


6가지 경우의 수를 다툴 수 있는 문제를 이진 분류 문제로 만들어버리니, 요즘처럼 장마철이라면 그루밍족이 되기로 한 결심 이전과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피부 관리를 진심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제품을 추천하지 않는다.


스킨-로션-썬크림의 삼단합체 제품을 구매하여 콤퓨타와 같은 binary 상태를 경험하기보다는, 스킨과 로션만 결합한 제품과 선크림을 따로 사서 4가지 경우의 수를 다투어보는 것이 피부에 더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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