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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l 30. 2023

책은 물, 영화는 술 리뷰

알코올중독자 빨간 안경의 미친 비유


침투부에 이동진 평론가가 나왔다.


침착맨 원본박물관 채널이 원체 그렇듯이 3시간 가까이 되는 라이브 방송을 길게 올려놓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동진 평론가에 대해 흑심이 있었기 때문에 스킵 없이 봤다.


일하면서 별생각 없이 긴 영상을 라디오처럼 듣던 중 트수의 어떤 질문에 대한 이동진의 답변을 듣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Q. 요즘은 책 말고 영화나 드라마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단이 미디어 쪽에서 확장되고 있는데, 영화 감상이 책 읽는 것만큼 교양과 지성을 쌓는데 도움이 될까요? 여전히 책이 최고의 지성의 성배인가요?


A. 영화는 말하자면 술 같은 거라면, 책은 물 같은 거다.


책은 우리를 좋은 의미에서 차갑게 만들어주고,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 우리를 뜨겁게 만든다.


그러나 이성은 기본적으로 차가운 것이다. 그러니까 교양에 관한 한 영화는 책을 영원히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이성의 속성 자체가 물 쪽에 가까우니까.




곱씹을수록 지리는 답변이었다.

나는 답변을 처음 들었을 때 한번 살짝 지렸지만 답변을 곱씹으면서 흥건하게 싸버렸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원체 이성은 차갑고, 감성은 뜨거운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차가운 속성을 가지는 이성이 조갈함을 느낄 때 우리는 책이라는 물을 마심으로써 이를 해소할 수 있다.


책은 물과 같이 삶을 살아가는데 꽤 필수적일뿐더러, 소비하지 않는다면 꽤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흔히들 ‘상식’이라는 것을 갖추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책을 읽어야 하며, 그리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어떤 기준들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모두의 감성이 뜨거울 필요가 없듯, 모든 사람들이 술을 꼭 마실 필요는 없다.


MZ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꼰대 전성시대였던 예전과 같았으면 술을 못하면 사회생활을 못할 것이라는 편견도 존재했으나,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잘 마실 수 없더라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리고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것은 단지 기호의 문제일 뿐이며, 그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어떠한 귀책사유도 없다.




다만, 술은 물과 달리 우리에게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좋은 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한잔 곁들이며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들.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꿈을 응원해 주며 눈을 반짝이는 순간들.

기쁠 때 더 뜨겁게 기뻐해주고, 슬플 때 더 뜨겁게 슬퍼해주는 순간들.

이러한 기억들이 우리의 삶 속에 기록되어,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방향으로 삶을 인도한다.


그리고 영화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일상을 살아간다면 느끼지 못할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준다.


뉴스로 이미 알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픽사의 아름다운 비유들을 통해 비로소 공감하게 되는 순간들.

놀란의 작품들을 통해 꿈에 대해, 기억에 대해, 시간에 대해, 우주에 대해 영감을 얻게 되는 순간들.

헤어질 결심과 같이 어렵다면 어려울 영화를 보며, 산처럼 꼿꼿했던 자를 허물어뜨리는 파도 같은 사랑을, 마음속에 영원히 드리워져 매혹하는 사랑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

이러한 간접 경험들도 역시 우리의 마음 속에 각인되어, 삶이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정말 머리가 띵한 비유였다.


이렇게 깊고 철학적이면서도, 짧지만 본질을 꿰뚫는 답변을 라이브 상황에서 바로 할 수 있다니. 그의 비유처럼 영화가 술이라면, 알코올중독자가 분명할 이 빨간 안경이 너무나 섹ㄱ시했다.




3시간이 넘는 영상이지만, 거를 타선이 거의 없는 영상이었다.


다른 걸 떠나서 이동진이 무슨 말을 해도 막힘이 없고 그 내용이 다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책과 영화를 교양을 쌓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긴 영상을 정주행 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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