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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n 22. 2023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리뷰

우영우와 모비딕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요즘 핫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두고 저마다의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혈통과 인맥을 갖춘 것이 나루토와 비슷하다고 하여 우영우즈마키 나루토라 보는 사람도 있고, 장애를 가진 여성 변호사를 다루는 페미니즘 드라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며, 우영우의 행보가 박원순 씨와 일치하기 때문에 박원순 우상화 드라마라고까지 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까지 다양한 해석 양상을 작가가 의도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인생 책으로 꼽는 나는 1화에 대놓고 나와 있는 직관적인 해석 그대로 우영우는 <모비딕> 속 모비딕과 비슷하다고 해석한다.




알비노 향고래인 모비딕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는 비슷한 점이 꽤 많다.



이빨을 가진 동물 중 가장 큰 향고래이지만 유전자 변이로 인한 눈에 띄는 흰색 때문에 일찍이 무리에서 버려진 모비딕과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동시에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차별과 괴롭힘을 겪은 우영우.


무리에서 떨어져 성장에 큰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포경의 위험에 빠진 다른 고래들을 구하는 모비딕과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고 한바다라는 거대 로펌에서 의뢰인을 변호하는 우영우. ‘하얀 향고래 모비딕’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꽤 비슷하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소설에서 모비딕을 바라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비딕은 괴물’이라며 본인이 먼저 공격한 것은 잊은 채 한 다리를 앗아간 모비딕을 증오하는 선장 에이햅과 ‘우영우는 강자’라며 두려움과 적대감을 보이는 권민우.


‘모비딕은 단지 짐승’이라고 하며 순리대로 살아가는 고래에게 복수심을 가지는 것이 비이성적 처사라고 보는 1등 항해사 스타벅과 ‘우영우는 단지 변호사’라 보고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좋은 변호사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정명석.


그리고 이 거대한 하얀 고래에게 경외심과 동시에 위험함을 느끼는 대중들과 장애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편견과 차별을 당연시하는 사람들.


모비딕과 우영우 모두 다른 존재들에 의해 함부로 규정되고, 이유 모를 그들의 적대감과 배척 또는 경외와 동정을 감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영우는 끊임없이 고래에 대해 설명한다. 설명해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다른 것을 구분할 수 없으니까. 말해주지 않으면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함부로 규정해 버리니까.


돌고래라고 다 같은 돌고래가 아니라 남방큰돌고래와 양쯔강 돌고래가 다른 발현과 생태를 가진 것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폐인으로 묶어서 보지만 사실은 연속적인 데이터에서 불연속적인 값을 나타내는 스펙트럼의 정의와 같이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우영우’가 고래들을 위해 인간의 탐욕과 맞서 싸우는 ‘모비딕’이라면 그녀가 변호하는 고래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어 사회의 작살을 맞는 크고 작은 고래이며, 그들이 각자 다른 배경과 상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각각의 회차를 통해 설명하는 듯하다.




이처럼 나는 우영우를 모비딕과 비슷하게 바라보고 있으나, 흥미롭게도 현실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 자체를 모비딕처럼 보고 있는 듯하다. 방송사가 유명하지도, 제작비가 많이 들지도 않은 이 드리마가 주목받는 것을 보며, 개인의 저마다의 다른 경험으로 인해 가지게 된 편협하고 독선적인 시선으로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고 있는 듯하다.




자연과 사람과 작품은 모두 바라보기 나름이라 생각한다.


이왕 바라보기 나름이라면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괴롭힐 목적이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목적, 의심과 편견으로 무장된 자신의 시선을 정당화하기 위한 증거를 찾을 목적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오히려 본인 마음이 편한 방법이지 않을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소설 <모비딕> 속 에이햅 선장처럼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인간들이 타고 있는 배 옆에서 평화롭게 헤엄치곤 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이 크고 하얀 고래에 과한 존재의식을 부여하고 괴물이라 규정하여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설 <모비딕>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기를 추천하며, 드라마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모비딕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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