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31 부활절 그리고 그녀

by 새나

8년 전 3월 31일은 주일이었고 부활절이었다.

2013년 초는 나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권고사직을 하게 되었고 옆팀과 뒤의 팀의 직원들도 돌아가면서 인사위원회에 참석해야 했다.

나는 그 지옥 같은 고통의 시간에도 눈물을 머금고 대본을 작성하고 1월 말까지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녹음을 해야 했다. 1월 말에 마지막 녹음을 한 후에 나는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었다. 같은 회사에서 두 번째 퇴사를 준비했다.

나의 좁은 식견으로는 회사 내 정치싸움의 중심에 놓여있던 우리 팀은 누구 잘못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문제... 휴먼 에러로 인하여 권고사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 전에도 다른 팀에서 같은 사고가 있었지만 3개월 감봉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나는 내가 만들고 운영하던 서비스의 고객들과의 약속에 충실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시즌 2 서비스의 마지막 녹음을 하고 보니 우리 팀은 아무도 없었다. 나만 남아서 온통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었다. 시즌 3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으나 나는 더 이상 서비스를 지속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정치 싸움에 휘말려 퇴사를 강요받고 뿔뿔이 흩어진 같은 팀이었던 직원들과 팀장님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 결국 나는 이직 준비를 하고 면접을 보면서 퇴사를 준비했고 눈물을 머금고 분노에 치를 떨며 이직을 했다.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지 1주일 정도 되었고 새로운 시작과 부활의 기쁨에 감사로 예배를 드리고 4월 1일 월요일이 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로 지낸 그녀의 오빠의 전화였다.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느낌이 몰려왔다.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

친구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하니까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이었다.

영정 사진도 빈소도 없는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인사를 건넨 곳은 입관을 하는 곳이었던 거 같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차갑고 하얀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던 그녀의 죽음이 눈 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뭐가 그리 급했니... 힘들면 잠시 쉬어가지 그랬니...무엇이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 나를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1월, 그녀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로 인사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었는데... 그녀는 그렇게 작별인사도 없이 이 땅에서의 삶을 버렸다.


그 후 수개월간 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느라 낮 시간은 정신없이 보냈지만 밤 시간이나 주말이 되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웠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앉아 있던 의자에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러다가는 내가 점점 이상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겨레문화센터의 집단미술치료에 참여하고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개인상담을 받았다. 약 8회의 상담이었지만 나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마침 라이프 코칭을 하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고 충분히 슬퍼하라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남편이나 친한 친구도 이제 충분히 슬퍼한 거라고 했지만 나의 슬픔이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친구가 묻혀있는 수목장지에 가서 꽃과 편지를 두고 왔다. 펑펑 울면서 운전하고 갔고 집에 돌아오면서는 그래도 마음을 많이 가다듬으며 돌아왔다. 마치 집에 있는 것 같았던 그녀의 흔적은 사라졌고 평안을 되찾아갔다.

아이들에게 나의 슬픔의 영향이 최대한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다 보니 충분히 슬퍼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충분히 슬퍼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은 많이 편안해졌다. 가족은 아니지만 중학교 때부터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것은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인생에서 두 번째로 하나님을 원망하게 했다. 하나님에게 두 번째로 크게 화를 냈던 거 같다. 꽤 오랜 시간 하나님을 원망했다.


지금도 새해가 되면 먼저 떠나서 늘 36살에 머물러 있는 친구가 생각난다. 너는 지금도 36살이구나. 나는 한 살 더 먹는데...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매년 부활절이면 그녀가 떠오른다. 부디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시길 기도하고 내가 아는 하나님은 인자하시고 사랑 많은 분이시니 그녀도 다 안아주실 거라는 기대를 갖는다.


부활절을 앞에 둔 고난 주간에 만우절 거짓말처럼 떠나간 친구가 그립다. 늘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멀리서나마 응원하며 사랑했던 그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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