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오늘 내가 느낀 것은?
바람이 불고 하늘이 파란 가을이었다.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만 14세가 되어 카카오 뱅크 미니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고 기뻐하는 아이가 마냥 귀여웠다. 나도 나이를 먹는 걸 좋아하던 때가 있었을 텐데 이젠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추석이라서 인천에 사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준비해 간 각종 전과 잡채를 함께 먹었다. 소박한 점심이지만 추석을 느끼게 하는 송편도 먹으면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눌 수 있음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만날 때마다 병세가 나빠져가는 엄마를 보면서 착잡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불과 세 달 전에 걸었던 분이 이젠 양쪽에서 부축을 해야 겨우겨우 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의 힘이라기보다는 부축한 이들에게 의지하면서 겨우겨우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오늘 나는 바람과 죽음 그리고 감사를 느꼈다. 병세가 호전될 거라는 기대는 없지만 오늘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잠을 자는 것인지 눈꺼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도 오래전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방긋 웃기도 한다. 그 모습을 오래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엄마가 곁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 슬픔이 한없이 차오른다.
엄마만큼 나를 생각해주고 위해주는 이가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점점 더 쇠약해져 가는 엄마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
오늘은 둘째의 만 14세 생일이었다. 아이의 생일을 좀 더 신나게 축하해주면 좋았을 텐데... 아이 말처럼 추석에 생일이 묻힌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추석이라서 할아버지를 만나서 생일 축하 용돈도 받았으니까 아이 입장에서 나쁘지만은 않아 보였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엄마는 늙어가고 아이는 성인이 되어간다. 나는 그 사이에서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만 14세는 법적으로 형사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도 져야 하는 나이이다. 아이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이 가지게 된 권리에 기뻐하고 있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만 14세가 되었으니 좀 더 책임감 있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원함을 느꼈고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니 답답한 도시가 잊혔다.
이제 추억이 되어버린 오늘이 파란 하늘과 신선한 공기 그리고 가을바람과 함께 내 기억 속에 새겨졌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내리고 있다. 밤에 듣는 빗소리는 한층 운치가 있고 밤을 더 고요하게 만들며 빗소리에 집중하게 한다.
20대에는 꽃이 피는 화려한 계절인 봄이 가을보다 좋았는데 이젠 해가 지는 노을처럼 계절이 저무는 가을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