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 수험생을 둔 엄마가
고 3이 되는 큰 아이
우리 연우는 2004년 5월에 태어났고 올해 고 3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고 3이라고 하면 누구나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무리 이제 대학이 간판 역할을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간다고 해도 좋은 대학을 나오면 출발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IT기술이 발달하면서 플랫폼산업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대학이라는 학벌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있긴 하다. 이과에 가서 기술을 가지거나 IT 개발자가 되거나 전문직이 된다면 학벌의 영향은 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IT 기술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미래 유망한 직업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아이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인생의 행복을 안겨줄 거라고 일찍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책을 많이 읽어주고 아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 주면 아이의 필요에 따라 공부는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것을 찾게 해 주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였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기 위하여 주말마다 체험학습을 다니고 직업체험놀이를 하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해 주려고 노력하였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데리고 가고 뮤지컬과 연극을 보여주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역배우가 되고 싶으니 연기학원에 보내달라는 장문의 편지를 적어서 나에게 주었다. 마침 어린이뮤지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서 아이는 2년 동안 뮤지컬 연기를 배우고 두 번의 공연을 올렸다. 둘째도 누나 따라서 같이 다니다가 뮤지컬 공연을 두 번 하게 되었다.
큰 아이는 막상 뮤지컬 연기와 노래를 배우고 공연을 올리면서 연기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후로는 꼭 하고 싶다는 건 없다고 해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중학생이 되었다.
내가 일을 하다보니 큰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 끝나고 태권도, 미술,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전과목 보습학원에서 6시까지 숙제를 하면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생활을 4학년까지 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이제 학원엔 그만 다니겠다고 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스스로 공부하도록 했다.
큰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면서도 초등학교 때는 줄곧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선행학습 없이 중학생이 되니까 수학을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는 학원엔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겠다고 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중 2가 되어서 본 첫 시험에서 아이는 수학 시험에서 70점대를 받았다. 아이에게 수학은 학원을 다닐 필요가 있다고 권유했지만 스스로 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두 번째 시험을 보았는데 두 번째 수학 시험도 70점대가 나왔다. 더 이상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회사 동료였던 입시 컨설턴트와 상담을 하기로 하고 아이와 같이 만났다. 아이가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낄 수 있도록 입시 컨설턴트는 전국단위자사고를 소개하고 아이에게 수학은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할 것을 제안했다.
아이는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수학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학원에 다니면서 아이는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전교 5등으로 중학교를 졸업했다. 아이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시험을 준비하면서 수학 외의 모든 과목은 스스로 공부했다.
아이가 공부하는 법을 충분히 알고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중학교 때처럼 공부에 열중하지 않았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 공부가 없는데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와 같은 고민에 머물지만 대학 가서 하라는 답을 듣게 된다. 나도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우선 공부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방향 없이 엄청난 양의 공부를 감당하라는 주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 꾹 참고 공부에 열중했던 아이의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교육 시스템
아쉽게도 중학교 때 다니던 수학학원에는 고등반이 없었다. 아이는 다시금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했지만 고등 수학을 혼자 준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이의 수학 공부를 도와줄 대학교 학생 과외 선생님을 구했고 아이는 수학 과외를 했다. 그마저 과외 선생님 사정으로 1년 정도하고 그만 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는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복습하는 정상적인 자기주도학습으로 충분히 가능했지만 고등학교 수학과 영어는 선행학습 없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불가능했다.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고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교육과정이 설계되어 있지 않다.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과 난이도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고 1까지는 중학교 때 공부한 노력의 결과가 반영되었다. 하지만 고 2부터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했다. 아이는 이과를 선택했는데 수학 선행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수학의 벽에 부딪힌 아이는 공부를 회피하며 수시는 어려울 거 같으니 수능으로 대학에 가야할 거 같다는 말을 반복했다. 다시 입시 컨설턴트를 만나고 온 아이는 아직 수시가 가능성이 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요즘 아이는 인강을 보면서 수학 공부를 하고 영어 학원이 다니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3월부터 고 3이 되니 아이도 긴장하고 공부하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다. 방학동안 아이의 강점인 국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국어 학원에도 다니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학교공부에만 충실한 아이들은 좋은 성과를 얻을 수가 없다. 아이들을 줄을 세워야 하는 상대평가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은 학습목표를 성취하더라도 줄을 설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입시는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맛볼 수밖에 없게 설계되어 있다.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내 등급이 좋지 않다고 아이들이 좌절하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개개인의 재능과 적성을 살려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은 부재하다. 전과목을 다 잘해야만 소위 스카이에 진학할 수 있고 소수의 아이들만 스카이에 진학한다. 아이들 수가 줄어들면서 아이들은 상향평준화되었고 중상위권 아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기 위하여 2점대 등급을 받으려면 전교 11% 안에 들어가야 한다. 전교 11%는 전교 20~30등 안을 의미한다. 2022년의 고 3은 한 반 학생이 50~60명일 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경쟁 상태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아이들을 특목고에 보내기 위하여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선행 학습을 시키고 전국 단위 자사고에 들여보내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 3은 인생의 많은 순간 중 한 순간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전공과 스카이에 보내기 위하여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적으로 선행학습을 시켜야 대학 입시에 경쟁력을 가진 아이로 키우게 되는 것이다.
이제 아이가 고 3인 나로서는 선행학습을 시키고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아이가 우위를 점하도록 밀어붙이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인가?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나는 지금도 우리 아이가 자타 공인하는 인성 천재이고 사람을 배려하고 도울 줄 아는 아이로 자랐다는 것에 감사한다. 설령 아이가 서울에 있는 학교에 가지 못할지라도 지혜롭고 현명하게 인생을 살아갈 거라고 믿는다. 무엇이 바르고 옳은 삶인지 알고 이웃을 돌보고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자랄 거라고 믿는다. 어디에서든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하는 어른으로 살아갈 것이다. 아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어른이 될 것이다.
고 3이라는 시기가 부담스럽고 어려움을 주긴 하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서 20살이 되었을 때 자신의 노력과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긴 인생 길에서 고 3이라는 시기는 한 순간처럼 느낄 수 있는 시기이다. 단지 이 시기를 지나고 나서 후회없이 노력했다고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좀 더 노력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게 되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대학을 어딜 가느냐보다는 늘 자신의 인생에 솔직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살아가길 바란다.
엄마 아빠는 늘 아이를 응원하고 아이의 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인생의 풍파를 맞을 때 잠시 쉬어가며 재충전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원하는 지원을 해 주고 아이가 노력하는 만큼 얻게 되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인생은 마라톤인데 단거리처럼 생각하고 바로 앞의 결과에 아이 인생을 재단하거나 평가하지 않을 생각이다.
세상에 나가면 이리저리 평가받을 아이에게 부모라는 쉴 곳을 남겨주고 싶다.
냉정하고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부모가 늘 든든하게 아이 곁의 쉼터로 남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온전히 아이의 몫이고 아이의 인생이다. 아이가 인생의 주인이라는 것을 존중하고 믿어주고 아이가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지하고 기다려줄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수험생들을 응원한다. 이 사회의 학벌주의를 타파하지 못하고 아이들 각자의 재능을 존중하고 키워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을 보낸다.
가장 중요한 것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고 내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데 온 힘을 다해 보는 것이다. 노력을 통해 이룬 성취는 그 다음 성취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나도 대학입시에 실패했다. 실패는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겐 성공이었겠지만 나에겐 실패였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20대를 살았고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내 열정을 다해 노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그 길을 찾으려면 읽고 공부하고 많은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주관을 가지고 나를 믿고 노력하자. 내 인생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도 나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부모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수험생들에게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나를 알아보자.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잘 살펴보자.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집중하자. 청소년기에 할 일은 바로 나를 아끼고 돌보고 사랑하는 것이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알아가자.
대학입시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대학입시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자.
절대로 대학입시의 결과에 따라서 내 인생을 평가하지 말자. 대학입시는 인생의 여러 순간 중의 한 순간일 뿐이다.
대학입시를 설계한 어른들의 잘못이지 수험생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단지 내 인생에 진지하고 나를 사랑하는 일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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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인생의전부가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