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일만 남았다며 서로 다독이며 살아가는 늙은이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실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늙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미래의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드라마 속 작가인 완이의 말이다.
나는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내내 디어 마이 프렌즈 속 주인공들처럼 연세가 드신 엄마, 아빠를 생각했다. 엄마, 아빠와 이모들, 고모, 삼촌들이 생각났다.
한참 아이들을 키우면서 바쁘게 사시다가 자식들은 시집, 장가보내 놓고 나니 본인들 건강 챙기느라 바쁘신 엄마, 아빠들 말이다. 매일매일 챙겨 드실 약도 많은 우리 부모님들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자꾸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답답해하면서도 기억을 잃어가는 스스로에 대해서 화를 내고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화를 내는 희자(김혜자)를 보면서 엄마가 생각났다.
치매로 의심되는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이길래 치매 검사를 하시게 했는데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던 엄마,
인천에 사시면서도 서울인 우리 집을 내 집처럼 오셨던 엄마와 희자가 하나처럼 보였다.
자식들에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폐를 끼치거나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우리네 엄마들이 보였다.
연세가 들면서 서로를 의지하여 살아가려는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몸짓과 손짓에 마음이 다시 한번 무너졌다.
최근에 본 서른, 아홉 드라마를 보면서는 내 친구도 나보다 먼저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눈시울을 적셨는데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기적인 자식들만 남고 본인이 늙고 병들게 된 어른들의 모습에 마음이 후끈거렸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고 병들고 힘이 없어지는 때가 온다.
부모님과 좋기만 하고 감사하기만 한 자녀들은 아무도 없다.
부모님이 떠나시기 직전에나 화해가 가능하다는 노희경 작가의 말에 위안을 삼아야 할지 내가 그렇게 나쁜 딸은 아니라고 위로로 삼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사연 없는 사람 하나 없는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인생은 고행 길이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행길을 함께 걸어와주었고 지금도 함께 걷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보내며, 오늘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인생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작가도 인생 별 거 없지만 그냥 그렇게 살다 가는 거지만,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서 서로 손 잡아주면서 위로하는 거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늙어가고 있는 우리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리 앞에 서서 먼저 걸어가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손가락질하고 욕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우리도 또 다른 다음 세대에겐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들일 테니 말이다.
나를 싫어할 수도 있고 내가 싫지만 네가 사랑하는 남자니까 받아들이는 난희를 보면서 어차피 자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존재인데, 빨리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맘 편하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자식을 내 뜻대로 살게 하려는 집착을 버리고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돌보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게 가성비 높은 선택이라고 말이다.
더 나이 들고 나서 자식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보상심리 가득한 말을 하지 않으려면,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제발 자기 인생과 자녀 인생을 구분하길 바란다. 그게 참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우리 부모들이 우리를 걱정했지만 우리도 잘 살아가고 있듯이 우리 자녀들도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인생을 잘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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