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빈자리(1)
엄마가 차사고를 세 번 냈다.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해서 아빠에게 말씀드려서 보건소에서 치매검사를 받게 했다. 인사 사고를 낼 위험도 있으니 엄마 차를 팔았다. 엄마는 차 키를 가져가는 우리를 보며 무척 당황해하셨다. 우리도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고 벌써 4년 정도 되었다.
마침 상담심리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서 인지장애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약만 잘 챙겨 먹어도 치매로 달려가진 않는다고 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약을 잘 챙겨드시라고 했다.
차 운전을 해서 언제든지 우리 집에 오고 이모들을 만나러 다니던 엄마는 약을 잘 안 드신 건지 단순한 치매가 아니라서 그랬는지 무척 빠르게 증상이 안 좋아졌다. 아빠는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도 자꾸 집에 가자고 나가려고 해서 속상해하셨고 차가 없으니 택시를 타고 우리 집에 오셨다.
피곤하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고 놀다가 가시라고 해도 일하는 딸의 집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드시니까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음식까지 하셨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것은 전혀 변함없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섬망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딸이 첫 손주라서 워낙 예뻐했는데 자꾸 우리 딸이름을 부른다고 아빠가 걱정했다. 나도 가슴이 철렁했다.
이를 어쩌나 ㅜㅜ
엄마가 약을 거르지 않게 잘 챙겨주시라고 아빠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약을 드셔도 병세는 점점 더 심해졌다.
택시를 타고 본인이 어디로 가는지 설명하지 못해서 아빠에게 연락이 간 적도 있고 한 번은 경찰서에 가서 모셔온 적도 있다.
아빠에게 엄마가 혼자 못 나가게 잘 보시라고 해도 아빠가 깜빡 잠든 사이에 나가시는 일이 잦아졌다. 이러다가 엄마 잃어버리는 거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연락처를 넣은 팔찌도 해 드리고 위치추적기도 휴대폰에 달았다. 거동이 자유로우니까 불안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랑 같이 외출했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엄마는 대퇴부골절로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ㅜㅜ
골다공증이 무척 심해서 다리가 부서지고 팔꿈치가 부서졌다고 하며 다리에 철심을 넣는 수술을 했다고 했다. 어찌나 놀랐는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리 집 대장군 엄마가 골다공증이 심해서 넘어지고 이렇게 큰 수술을 받다니 ㅜㅜ
엄마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워낙 평생 건강하게 살아서 본인도 당황한 거 같았다.
간호사라서 누군가를 간호하고 돌보기만 했던 엄마 입장에선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아빠와 나와 남편도 속절없이 힘을 잃어가는 엄마를 보며 너무나 황망하기 그지없었다. 엄마의 몸과 마음이 시들시들해지는 모습을 볼 줄이야.
중고등학교 때 매일 피곤하다고 하고 졸리다고 투정 부리는 나에게 나는 네 나이 때는 피곤이 뭔지도 몰랐다고 말했고 50대 초반에 호기롭게 산후조리원을 개업해서 10년 전까지 산후조리원을 3개나 경영했던 호랑이 원장님이 순식간에 몸과 마음에 병이 들었다. ㅜㅜ
이어서…
#엄마의빈자리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