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일기
지금의 나의 고통의 원인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보았다
존재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부채 의식과
부모의 사랑에 대한 결핍과 외로움
그리고 친구의 자살
이러한 심적인 고통과 괴로움은
나의 허세와 인정 욕구로 발현되었고
아쉬움 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좋은 엄마 콤플렉스를 낳았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볼 수 있게 도와주고
부족함을 모르게 키우고 싶었다
한편으론 어린 시절이 좋았다는 생각
부모의 그늘 아래 걱정 없이 살았던 시절
감사하게도 티 없이 자랐던 날들로 돌아가고 싶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살던 그 시절이 비현실적인 시간이었음을
부모의 노고가 어떠한 것인지 몰랐던
철없던 날들이었음을
부모가 된 지금은 알게 되었다
데미안을 읽으며
싱클레어처럼 생각해 본다
나의 잃어버린 낙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당연하면서도 평범한 고민에 대하여
내가 알았던 현실과 이상 사이
무엇이 본질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지금
진짜 현실의 나는 누구인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
———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평범한 사람에게 이것은 자신이 삶에서 원하는 바가 주변 환경과 격렬하게 충돌하는 순간이자,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가장 혹독히 싸워야 하는 순간이다. 어린 시절이 삭아서 천천히 붕괴될 때,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들이 떠나가고 문득 주위에 우주의 고독과 치명적 냉기를 느낄 때, 많은 이들은 일생 단 한 번 우리의 운명인 죽음과 재탄생을 경험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곤경에 내몰린 채 평생 동안 고통스러워하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붙들려한다. 모든 꿈들 중 가장 나쁘고 잔인한 꿈인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꿈에 연연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데미안: 오리지널 초판본> (헤르만 헤세 지음, 이미영 옮김, 김선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