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다시 시작하기

2021년 1월 4일

by 새나

아무리 멈추라고 해도 가 버리는 것 중의 하나가 시간이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결과를 받아 들고 펑펑 울던 우리 아이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다. 무엇보다 정직한 공부의 결과를 앞에 두고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인지 졸린 눈을 비비고 멍하니 있다가 영어 단어를 열심히 외우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시험이 끝나고 3일 만에 공부를 하는 아이가 참 안쓰럽지만 이 땅의 모든 입시생 부모들이 그러하듯 아이를 응원하며 힘내라고 말해주는 일 외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비타민과 미네랄을 챙겨주며 힘내라고 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오늘도 영어의 무게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며 '중학교 때까지 스스로 공부하게 하고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려고 하다가도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되지. 고등학교 과정을 중학교 때 미리 다 하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래도 잘한 거야'라고 마음을 다독인다.


고등학교 때도 꾸준히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들은 중학교 때 고등학교 과정을 끝내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배운 것을 반복한다. 그런 아이들이 고등학교에서 최상위권에 들어간다. 알지만 그렇게 시키고 싶지 않았던 나의 선택이 지금에 와서 잘한 거였나 라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고등학교에 와서 특히나 영어의 무게에 짓눌린 아이를 보게 되면서이다.


국, 영, 수는 하루아침에 되는 과목이 아니다 보니 어릴 때부터 국, 영, 수를 강조하게 된다. 국어는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준비가 된 거 같은데 영어는 한국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언어라서 선행학습 없이 그 긴 지문과 단어 그리고 문법을 풀어낸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수학도 1등급이 되기 위해서 풀어내야만 하는 문제는 스스로 풀어내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입시 현실에서 선행학습 없이 고등학교 성적을 상위권으로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 내가 해야 할 공부를 집중해서 충실히 하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아이들이 앉아있는 시간은 많은데 그만큼 집중하지 않고 있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는 집중력과 지구력으로 끈기 있게 해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선행학습 여부보다 좋은 성적을 얻는 데 필요한 더 중요한 요인이다. 또한 공부는 마음의 힘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목표한 바를 꼭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와 성실한 태도가 공부의 성패를 좌우한다.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입시생 때는 알면서도 힘드니까 외면하고 회피하게 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공부라는 인생의 중요한 과제를 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좀 더 너의 인생을 사랑하고 너를 위해 집중하고 조금 더 노력하면 나중에 정말 보람이 있을 거라고 아무리 얘기한들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잔소리만 될 뿐이다. 부모는 그저 옆에서 기다려주고 격려해주고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는 니 편이고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이 소중한 거라고 말해주는 걸로 충분하다. 아이도 이 과정을 통해서 자랄 것이고 내가 그랬듯이 언젠가는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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