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스뜨로헤리스 & 보아디야
전날 예약한 조식은 오전 7시에 세팅이 되었다. €4에 커피, 오렌지주스, 토스트 2조각, 크루아상 2개로 구성된다. 커피는 리필 가능! 루카랑 나눠먹기에는 잼보다 햄치즈가 좋지만...
커피가 리필되는 것 말고는 그저 그랬던 조식. 남은 빵은 루카에게 전달되었다.
까스뜨로헤리스 마을 안내판에는 방문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하는데 성당을 제외하면 루카랑 같이 갈 수 있는 곳은 Castillo, 언덕 위의 성이다.
언덕 정상까지는 약 20분 소요. 마을 특유의 빨간 지붕들과 주변 농지가 펼쳐져 있다. 우리가 걸어온 순례길도 저기 어딘가에.
성은 상당 부분이 폐허 상태로 남아 있지만 중세 분위기 물씬. 순례길 걸은 후 방전되지 않았다면 좋은 산책 코스다. 배낭은 알베르게에 맡기고 와서 가볍게 다닐 수 있었다.
숙소는 부킹닷컴에서 몇 달 전에 예약을 했다. 예약 당시에는 반려견 추가 요금이 €6라고 안내받았는데 도착하니 €10로 인상되었다. 그 사이 연도가 바뀌어서 인상되었다고. 흠... 아무튼 반려견 용품으로는 방석과 식기가 마련되었다.
A Cien Leguas
주소 : C. Real de Ote., 78, 09110 Castrojeriz, Burgos
사이트: https://www.booking.com/Share-7OYbod
비용(24년4월) : 트윈룸 €40, 반려견 추가 €10
(순례길 숙소 중 유일하게) 강아지는 절대 방에 혼자 두면 안 된다고 하셨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내 추측으로는 분리불안인 강아지들은 주인이 없으면 짖거나 하울링을 할 수 있어서? 그리고 1층에는 상주견(보더콜리)이 있어서 루카를 안고 다녔다. 마트 다녀올 때 어차피 루카는 출입이 안 되고 방에서 쉬고 있으면 좋을 텐데...
까스뜨로헤리스를 떠나 보아디야로 가는 날. 거리는 20km 정도? 숙소 경험이 불만족스러워 일찍 나온 것도 있다.
하지만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고 나빴던 기억은 금세 잊혔다. 이런 점 때문에 방황을 하거나 진로고민을 하는 분들이 순례길을 찾게 되는 걸까.
이런 끝없는 길에 아무도 없을 때는 오프리쉬 욕구 뿜뿜. 한국에서 풀어주면 미친 듯이 날뛰는데 여기서는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어 행동반경이 비교적 좁다.
4월 중순 오전 기온은 딱 0도! 손이 얼어서 사진 찍을 때 버벅거렸다. 봄이라고 해서 장갑을 챙길 생각은 하나도 없었지. 데카트론 손모아 장갑이 생각나는 날씨였다.
이 날은 추워서 코를 훌쩍거리며 걸었던 기억뿐. 빨리 실내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진.
그래도 보아디야에 다다를 때쯤 날은 따뜻해졌고 점프샷도 찍을 여유가 생겼다. 안 하던 짓을 하니 루카가 쫄아서 건진 게 없다.
호텔 엔 엘 까미노는 알베르게도 같이 운영하는 곳. 반려견 동반은 호텔 쪽만 가능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조금 미끄러워서 안고 다녔는데, 한 손님이 우리를 보고 리셉션에 '여기 강아지도 받아줘요?'하고 물었다.
People charge €10 for a dog. I don't charge anything. Dogs are the best.
계단을 오르면서 호스트의 답변이 들렸는데 강아지에 대해 진심인 분이셨다. 전날 루카를 절대 방에 혼자 두지 말라던 숙소와 극명한 차이가 느껴졌다.
Hotel En El Camino
주소 : Calle del Rosario, 1, 34468 Boadilla del Camino
사이트: https://www.booking.com/Share-RbbsoH
비용(24년4월) : 더블룸 €42, 반려견 추가 €0
중앙 광장에서 7미터 높이가 되는 기둥을 마주하게 되었다. 루카는 기둥 위에 비둘기를 쳐다보고 있다. 심판의 기둥은 과거에 죄인들을 묶었던 자리라고도 한다. 저녁은 호텔 1층 바에서 오믈렛 샌드위치와 펩시로 해결했다. 호텔다운 가격이었지만 'dogs are the best'라고 했던 답변이 아직 머릿속에 생생해서 콩깍지 효과가 있었다.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