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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미노 May 02. 2024

너, 순례길의 마스코트가 돼라

에스테야부터 로스 아르코스까지

Hosteria de Curtidores 조식

조식이 0730부터라 다 먹으면 출발이 좀 늦어져 패스하려다가 숙소에 꽤 신경 쓰신 모습에 기대를 갖고 신청했다. 밖에서 먹는 것보다 비싸지만 또 그만큼 다양하고 편하니까. 

뷔페 구성

€7.50를 추가하면 커피는 테이블로 가져다주시고, 햄, 치즈, 계란 등등 계속 리필을 하셨다. 아마 커피도 리필될 것 같았지만 소심해서 한잔에 그쳤다. 

Iglesia del Santo Sepulcro

체크아웃 후 처음 만나게 되는 성묘 성당은 13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이어서 산 뻬드로 데 라 루아 성당도 지났지만 계단이 많아 보였고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올라가지 않았다. 에스테야부터 로스 아르코스까지 25km. 아직 감이 안 오던 때라 체력을 아끼고 싶었다. 

쎄요 주세요

Bodegas Irache라는 와이너리에서 순례자에게 무료로 와인을 제공한다. 와인 수도꼭지 또는 와인 분수라고도 불리는데 우리는 무알콜파라 마시지 않고 인증샷만 찍었다. 참, 순례자 메뉴(메뉴델디아)에도 와인이 포함되는데 물로 변경하면 좀 아깝긴 하다. 

루낀 VS 아즈케타

왼쪽 루낀을 지나는 길이 오른쪽 아즈케타 & 비야마요르를 지나는 길보다 약 1km 더 짧다. 거리도 그렇고 왼쪽이 숲길이라 들어서 루낀을 선택했다. 오른쪽이 바르(bar) 옵션이 더 많은 것 같다. 까미노를 걷다 보면 이미 콤포스텔라를 받으신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갈림길이 나오면 전에 경험하지 못한 쪽으로 가신다. 

유채꽃 만발

얼핏 보면 제주도스러운 풍경이다. 드론샷으로 보니 노란 꽃물결이 일렁이고 우리는 끝없는 유채꽃 바다를 걷고 있었다. 

꽃길만 걸어요
얘는 순례길의 마스코트가 되겠다!

'마스코타(mascota)'는 스페인어로 반려동물을 뜻하는 단어인데 어원을 보면 프랑스어 'mascotte'에서 유래한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사물, 동물이나 사람을 일컫는 단어로 현대사회에서는 단체를 상징하는 캐릭터에 많이 쓰인다. 비야리츠에서 생장까지 셔틀을 같이 탄 한국인 순례자가 루카를 보며 '얘는 순례길의 마스코트가 되겠다'라고 했다. 며칠 걸어보니 실제로 루카를 통해 기억되고 루카가 있어서 더 다양한 만남을 갖게 된다. 나의 마스코타 루카, 남은 여정에도 행운을 가져다주길. 

힘이 되는 문구

남은 거리를 알리는 표지석뿐만 아니라 바닥에 새겨진 손글씨나 간판을 마주친다. 그리고 마법 같은 응원의 힘을 느끼게 된다. 쓱 지나가며 중얼거리듯 말하는 '부엔 까미노'부터 발걸음을 멈추고 어깨에 손을 얹으며 진심을 다해 마음을 전하시는 분들까지, 한 분 한 분께 감사하다.

21km 산책 성공

루낀 방향의 숲길이 끝나면 다시 그늘 없는 길이 나온다. 기온이 10도라 덥지 않았는데 물이 부족했고 구입할 곳은 없었다. 로스 아르코스 입구에 있던 식수대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물그릇을 채워주니 루카도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산타마리아 성당

숙소 체크인 전 산타마리아 성당에서 루카랑 인증샷. 내부는 당연히 동반이 안되고 복도에서 찍었다.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시설에서 이런 인증샷을 찍는 게 안 좋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순례견이니까.

Pension Los Arcos

펜션 로스 아르코스는 부킹닷컴을 통해 예약했다. 조식은 별도로 €7인데 가격대비 별로라는 구글 후기가 있어서 추가하지 않았다. 순례자들이 묵는 숙소는 체크인 시간이 일반 호텔보다 빠른 편이고, 체크아웃도 8~9시로 이른 경우가 많다. 어차피 동키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배낭을 8시까지 리셉션에 둬야 하고 대부분 그전에 나선다. 펜션 로스 아르코스의 조식은 0730~0930, 체크아웃은 1030이니 여유로운 편이다.

Pension Los Arcos
주소 : C. la Carrera, 8A, 31210 Los Arcos, Navarra
사이트 : https://www.booking.com/Share-o7vM6j
비용(24년4월) : 더블룸 €57, 반려견 추가 €5
펜션 로스 아르코스 내부

1층 객실에는 방범창이 있고 전체적으로 깔끔하며 개인화장실이 널찍하다. 강아지가 침대에 올라가면 안 된다거나 방에 혼자 두면 안된다는 규정은 없었다. 사실 펫 어메니티가 제공되는 것보다 이런 규정이 없는 게 낫다. 

개피곤한 마스코타

Se admiten mascotas? 거의 유일하게 외우고 다니는 문장인데 '반려동물 출입이 되나요'라는 뜻이다. 순례자들은 루카가 어디서 자는지 제일 궁금해한다. 알베르게 다인실 & 개인실, 에어비앤비, 호텔 등 다양하게 경험해 보니 편안함은 가격에 비례한다. 숙소 지출이 좀 있지만 데려올 수밖에 없었고 데려오길 잘했다. 나의 마스코타, 이제는 순례길의 마스코트.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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