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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 아스트라(Ad Astra,2019)

없는 것을 찾느라 있는 것을 보지 못하다

by 레인메이커


생각과 마음은 다르다. 생각은 머리가 하지만 마음은 가슴이 느낀다. 이 말인 즉, 생각은 자신의 뜻대로 어떻게든 할 수가 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마음은 늘 골치 덩어리다. 생각에서 아무리 긍정의 신호를 보내도 마음이 말을 듣지 않으면 기분은 나아지지 않는다. 마음이란 게 그렇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데 한번 움직이면 또 가속도가 확 붙어버린다.
<애드 아스트라>에서 주인공 로이(브래드 피트)의 마음도 지금 움직이지 않아 문제다. 남들은 평정심의 대가로 그걸 능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로이 자신은 그렇지 않다. 기분은 늘 쳐져 있었고 남들 앞에서는 습관처럼 미소를 지었다. 자신까지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싫었다. 참, 로이는 우주비행사다. 얼마 전에는 이상 현상으로 우주 안테나에서 지구로 추락하는 사고까지 당했는데도 아무렇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의 심박수는 80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리브 타일러)는 그런 로이를 향해 "자기 학대적"이라고 말했다. 하긴,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니. 이런 무감각한 자신이 잘못됐음을 로이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생각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그런데 그 무렵, 지구에는 인류를 위협할 전류 급증현상인 '써지'사태가 연이어 터지고 그게 수 십 년 전 우주에서 다른 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해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실종된 아버지 때문이라는 걸 로이는 알게 된다. 로이의 아버지인 클리포드(토미 리 존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우주비행사였지만 이번 써지 사태로 인류를 위협하는 인물로 전락하고 말았고, 로이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그런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달과 화성을 거쳐 해왕성으로 향한다.
<애드 아스트라>에서 아버지를 찾아 나선 로이의 긴 우주여행은 고장 난 자신의 마음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로이가 주기적으로 받는 심리진단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우주와 인간의 마음은 닮은 구석이 많다. 둘 다 분명 존재하지만 끝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가 없고, 우주나 마음이나 시시각각 변한다는 점도 같다. 또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근심이나 걱정, 혹은 우울은 우주의 블랙홀 같다. 다른 모든 감정을 빨아 당긴다.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다. 근심이나 걱정, 우울이 심해지면 삶의 희망을 잃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드 아스트라>에서는 로이의 여행보다 그의 아버지인 클리포드의 여행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 다 인간의 마음과도 같은 우주의 심연 속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목적이 달랐던 것. 로이는 어릴 적 생이별을 했던 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클리포드는 다른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도 그는 심연 속으로의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쇳덩이처럼 무거워진 마음의 늪에 빠지면 기분은 점점 더 가라앉기 십상이다. 그 때는 어떠한 생각도 마음의 빗장을 풀기가 쉽지 않다. 중력(重力)에 중력이 더해지다 보면 결국 블랙홀이 되기 마련. 다른 지적 생명체의 존재에 집착하며 우주의 심연 속으로 계속 들어가려 했던 클리포드의 마음속에는 이미 블랙홀이 생겨버린 듯 했다. 수 십 년 동안 생이별을 했던 아들이 자신과 같은 우주비행사가 되어 지구로부터 태양계 끝의 해왕성까지 날아왔지만 아버지는 블랙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없는 것을 찾느라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마음 속 공허함이 무서운 건, 있는 건 보지 못하고 없는 걸 자꾸만 찾으려는 데 있지 않을까. 그렇다. 그런 클리포드의 모습은 끝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며 공허함에 몸부림치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고, 로이는 태양계 끄트머리까지 가서야 겨우 그 병을 고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심리진단에서 이렇게 말한다.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난 두려워하지 않아요. 가까운 사람들과 난 그들의 짐을 나누고 그들은 나의 짐을 나누면 되지요. 난 살아갈 거고 사랑할겁니다." 2019년 9월19일 개봉. 러닝타임 1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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