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한테 응급처치 가방을 꺼내서 따라오라고 하고 의무실 문을 뛰쳐나갔다.
'환자는 지금 어디쯤 오고 있나?'
'피를 얼마나 흘린 건가?'
'손가락은 확보가 되었나?'
'손가락을 보내기 위해 준비해야 될 걸 생각해 보자... 수업 시간에 들었던...'
'앰뷸런스를 준비하라고 말을 해놔야 된다'
그런 생각으로 복도 쪽으로 나서는데, 대대 본청 건물의 중앙으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병사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부축을 받아 들어온다. 달려가서 피를 흘리는 손을 한 손으로 들어 올려서 출혈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해본다.
의무실 문 열어!
바로 처치실로 데려갔다. 의자에 앉힌 뒤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꼭 쥐고 있는, 왼손을 펴게 했다.
그런데...
상처를 잊어버리는 일은 참 힘들다.
우리 모두에게 그렇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은 일로 인해 벌어진 경우, 더 그런 것 같다.
손가락을 잃은 '성재'의 경우에도 그랬다. 육체의 상처는 처음의 참혹했던 광경을 금방 잊는 듯하다. 없어진 것은 몸의 일부분이지만, 마음은 더 많은 것을 잃은 상태인데도, 그의 상처는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고, 피부가 덮여갔다. 그의 눈빛이 소망을 잃어가는 중에도, 그의 손은 젊음이라는 싱그러움으로, 아름다움과는 담을 쌓은 듯한 흔적을 남기고 그의 과거를 억지스럽게 가려가고 있었다.
잃은 것을 최대한 다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모두에게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성재, 그리고 성재 부모님과 대화하며 최대한 그의 손을 이전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았다. 나도 내가 아는 인맥과 지식을 동원해서 몇몇 병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그가 잃어버린 것과 동일할 수는 없었다. 부러진 도구에 본드를 덧대어 보았자, 처음의 그 '완벽함'의 근처에도 못 미치는 것처럼, 그리고 그 두른 본드 때문에 오히려 그 처음의 완벽했던 모습과 대조가 되어 보여서, 차라리 짧아지고, 부서진 모습보다 못해 보이고,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것처럼, 그의 손도 그의 '마음속에 있는 바로 그 손'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더 이상의 특별한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그가 받아들인 이후로 그를 만날 때는 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축구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아, 다음번에 사 와서 같이 먹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그의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 동안, 너무나도 빠르게 일상을 찾은 주변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분노하기도 했다.
그 일이 있은지 몇 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만났다.
각각 장교와 병사의 신분에서 벗어나, 같이 축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각자의 앞날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회사 이야기, 돈 버는 이야기, 장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 일 이후로 바뀌게 된 인생의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