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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체 Jan 09. 2022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나요?

잘 쓰는 글은 뭘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써요?

네?

루체 씨는 잘 쓰니까요.


종종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따금씩 감사하게도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래도 내가 남들보다는 글을 많이 쓰는가 보다고, 스스로 인지합니다. 안 쓰는 사람보다는 잘 쓰지만 잘 쓰는 사람보다는 못 쓰는, 딱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 쓰인 글이 뭐야?


그런데 애당초 잘 쓰인 글이라는 건 뭘까요? 노벨상 수상작이라면 분명 객관적으로 잘 쓴 글이겠죠. 그럼 그런 글들만 좋은 글일까요? 부끄럽지만 저는 가끔 노벨상을 받은 글들을 보면서 잘 읽히지 않아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숙제하듯이 읽어내고 특별히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어요. 제가 무지렁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좋은 글'도 누군가에게는 잘 읽히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게 중요해요.


종종 우리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습니다. 그리고 댓글을 달고 소통을 합니다. 문학인을 꿈꾸는 게 아니라면, 사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의 본래 역할은 글을 쓴 사람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거잖아요. 문학적으로 수준이 높은 글이라는 건 존재할 수 있겠지만, 그 수준이 높은 글이 곧 좋은 글이냐고 하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수준만을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논한다면 일반 대중과는 점점 멀어질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글보다 이름 모를 인터넷 익명 씨의 글이 더 와닿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좋은 글'의 기준을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 쉽게 읽히는 글'을 기준으로 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 잘 읽히는 글은 뭔데?


우리는 보통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마디의 말을 주고받습니다. 카페에서, 음식점에서, 가족들과, 직장에서 까지 정말 수많은 소통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별문제 없이 우리는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런 대화들처럼 글을 써 내려가면 읽기 쉬운 글이 되겠네요!


... 사실은 반쯤 거짓말입니다. 정말 대화하는 것처럼만 글을 적으면 '읽고자 하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개 우리가 하는 대화들에는 비언어적인 표현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표정이나 눈짓, 억양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오래도록 알고 지냈기 때문에 대충 말해도 통하는 것들도 있을 겁니다. 친한 친구들에게 대하듯이 낯선 사람을 대할 때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겪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대화하듯이 글을 적으면 된다는 것은 반쯤 거짓말입니다. 우리끼리만 아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 상황 설명을 곁들여서 적을 필요가 있겠군요.


맞춤법 빌런이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맞춤법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다 제대로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러려면 객관적으로 정의된 단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단어는 사전에 나와있어요. 사람들이 그 단어를 본래의 의미와는 동떨어지게 사용을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객관적으로 정의된 단어는 중요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그 단어를 보았을 때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하게 된다면 곤란한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어려운 단어를 골라서 쓰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개는 어떤 단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 글이 더 읽기 쉬운 글이 될 거예요. 예를 들자면,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핍진성'이라는 말을 잘 모르는데요,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정의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문학 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


막 와닿지는 않죠?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현실에 있을 법한 것과는 상관없이, 소설 속에서 얼마나 있을 법한 지를 말하는 거예요. 'A와 눈이 마주치면 죽기 때문에 사람들은 강제로 A의 눈을 뽑아 봉인했다. A는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눈을 되찾으려고 한다.'는 내용의 소설이 있다고 칩시다. 현실적으로 보면 무엇하나 말이 안 되겠죠.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그 소설의 세계관을 통해서 저 문장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A를 응원하게 될지도 모르죠. 저는 그래서 만약에 '핍진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일이 있는데 그 글이 전문적인 글이 아니라면, 그냥 풀어서 설명합니다. '소설 속에서 납득되잖아'라는 식으로요. 100%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해는 되잖아요'? 지금 우리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또 문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어요. 여기서는 딱 잘라서 말하겠습니다. 간결하게 쓰세요. 문체에는 '만연체'와 '간결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연체는 문장을 늘려서 적는 것을 말하고, 간결체는 반대로 문장을 끊어서 적는 걸 말해요. 정말 글을 잘 쓰고 문장력이 있는 작가라면 만연체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지를 고민하지는 않을 테니까 논외로 하겠습니다. 무조건 간결하게 적으세요. 그렇다고 필요한 내용까지 다 삭제를 해서 난해한 글이 되면 안 됩니다. 이게 정말 어려워요.


조금 예시를 들어볼게요. 요 위에 적은 제 문장입니다.

간결체

막 와닿지는 않죠?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현실에 있을 법한 것과는 상관없이, 소설 속에서 얼마나 있을 법한 지를 말하는 거예요. 'A와 눈이 마주치면 죽기 때문에 사람들은 강제로 A의 눈을 뽑아 봉인했다. A는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눈을 되찾으려고 한다.'는 내용의 소설이 있다고 칩시다. 현실적으로 보면 무엇하나 말이 안 되겠죠.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그 소설의 세계관을 통해서 저 문장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A를 응원하게 될지도 모르죠.


만연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아닌지라 막 와닿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것과는 상관없이, 소설 속에서 얼마나 있을 법한 지를 말하는 것으로, 'A와 눈이 마주치면 죽기 때문에 사람들은 강제로 A의 눈을 뽑아 봉인했다. A는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눈을 되찾으려고 한다.'는 내용의 소설이 있다고 했을 때, 현실적으로 보면 무엇하나 말이 안 되겠지만 우리는 이미 그 소설의 세계관을 통해서 저 문장을 납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A를 응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시를 들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문장을 늘여 보았습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어렵다면 친구랑 카톡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카톡을 엄청 고민하면서 보내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누르는 단위로 문장을 끊어서 쓴다고 생각하면 좀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톡을 이렇게 적는 분들은 빼고요..



그래서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보통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건 정말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의견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많이 쓰고, 그다음에 많이 읽으세요.


순서만 바뀐 것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간단한 문장조차 읽기 버거워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사람에게 갑자기 신문 사설을 읽어라, 소설을 읽어라, 신문 기사를 읽어라라고 말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좋은 글을 읽어서 예시로 삼으라'는 조언이겠지만, 그건 이미 어느 정도 읽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유효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마치 이제 운동을 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영상을 계속해서 반복 시청하라는 이야기 같다고나 할까요. 저는 일단 아령이라도 들어보고 운동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어디가 부족한지 스스로 깨닫게 되고, 그제야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얼마나 완벽한 자세로 운동을 하고 있었는지도 보이게 될 것 같거든요.


이건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일단 써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서없이 그냥 마구잡이라도 좋으니 일단 글을 적어보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자기가 적어놓고도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필요 없는 문장은 삭제하고 부족한 내용은 보충하면서 조금씩 다듬어가는 거예요. 제 경우 글을 한 편 쓸 때마다 적어도 스무 번 이상은 퇴고를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도 막상 발행을 하면 고칠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퇴고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대단한 작가분들도 수백, 수천 번의 퇴고 끝에 작품을 완성한다고 들었거든요. 퇴고를 하려면 일단 써야 되니까, 저는 일단 쓰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여러 번 읽고 고민을 하다 보면 자기 글에 애정이 생깁니다. 애정이 생기기 시작하면 더 예쁘게 다듬고 싶어질 거예요. 그때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면서 문장 구조를 흡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순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


이건 사람마다 스타일의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제 경우에는 글을 쓰기 전에 세 줄 요약을 먼저 합니다. 그러면 '무엇에 대해서 써야 할지(소재)'와 '하고 싶은 말이 뭔지(주장)'가 잡혀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좋은 글을 쓰는 건 불가능합니다. 자기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데, 읽는 사람은 오죽할까요. 그러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두 문장으로 요약해두는 작업이 최우선 되어야 해요. 그리고 머리에 있는 말들을 마구잡이로 적어낸 다음에, 아까 써 둔 세 줄 요약을 보고 퇴고를 하는 거예요. 이게 숙달되면 세 줄 요약 없이도 머릿속에서 이미 구조가 잡힙니다.


이번 글을 적을 때도 저는 머릿속에서 이미 구조를 잡아두고 시작을 했는데요, 이를 요약해서 표현한다면 아마 아래와 같이 나올 것 같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일단 많이 써보는 게 중요하다.

잘 쓰인 글이라는 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이어야 한다.


... 두 줄 요약이네요. 사실 한 줄이어도 좋고, 네 줄 이어도 좋아요. 중요한 것은 몇 줄이냐가 아니라 글 쓰는 스스로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니까요.






간단하게 적으려고 했던 글이 꽤 장황해지고 말았네요. 저부터도 제가 적은 글쓰기의 원칙들을 매번 지키면서 글을 쓰고 있지 않으면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좀 우스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도저히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조차 모르겠는 분들께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긴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조금은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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