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알림이 울렸다.
확인은 했다. 읽었다. 글자도 다 봤다. "요즘 잘 지내?" 다섯 글자.
그게 한 시간 전이다.
핸드폰을 엎어놓았다. 다시 뒤집었다. 화면이 켜진다. 저쪽 화면에서는 1이 사라졌을 거다. 내가 읽은 걸 안다는 뜻이다. 읽고도 아무 말 안 하는 걸 안다는 뜻이다.
뭐라고 해야 하지.
잘 지내냐고? 잘 지내긴 한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집에 온다. 잘 지내는 거 맞을 거야. 근데 그걸 어떻게 말하지. "응 잘 지내~"라고 치면 거기서 끝이다. "너는?"을 붙이면 또 이어진다. 이어지면 뭘 말해야 하지. 별일 없는데. 별일 없다는 걸 말하는 게 제일 어렵다.
싫은 게 아니다. 귀찮은 것도 아니다. 그냥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말이 없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았다. 카톡이 오면 바로 답했다. 생각 안 하고.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였다. ㅋㅋㅋ, ㅇㅇ, ㄱㅊ. 그런 글자들이 줄줄 나왔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답장을 쓰다가 지운다. 다시 쓴다. 또 지운다. "나 요즘 좀 그래"라고 치다가 전부 지웠다. 뭐가 좀 그런지를 나도 모르니까. 입력창에 커서만 깜빡인다.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냈다. 탭을 딴다. 쉬, 하고 공기 빠지는 소리. 한 모금 마신다. 차갑다. 이거라도 확실하니까 마시는 건지도 모르겠다.
화면을 다시 본다. 맥주 캔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화면 위에 떨어진다. 손가락으로 닦는다. 채팅방이 그대로다. 내 말은 없고, 저 사람 말만 덩그러니.
이 사람도 지금 자기 방에서 화면을 보고 있을까. 답장이 안 오는 걸 보면서, 아 바쁜가 보다, 하고 있을까. 아니면 나처럼 들여다보고만 있을까. 에이, 그건 아니겠지.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미안하다고 보내기엔 또 무겁다. 걱정할 테니까.
문자 한 줄이 왜 이렇게 무거울까. 예전에는 전화를 했다. 전화는 이상하게 더 쉬웠다. 아무 말이나 하면 됐으니까. 침묵이 있어도 숨소리가 들렸다. 문자는 다르다. 침묵이 그냥 빈칸이다. 빈칸은 해석된다. 읽고 답 안 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캔맥주가 반쯤 남았다. 미지근해졌다. 마저 마신다. 미지근한 맥주는 그냥 쓴 물이다.
"응 잘 지내 ㅋㅋ 너는?"
결국 그렇게 보냈다. 3초 걸렸다. 한 시간 동안 못 친 걸 3초 만에 쳤다.
보내고 나니까 별거 아니다. 원래 그렇다. 보내기 전이 제일 무겁다.
폰을 엎어놓았다. 빈 캔을 싱크대에 올려놓고 불을 껐다. 이불 속에 들어간다.
이제 내 차례는 끝났다. 공은 다시 저 사람한테 넘어갔다. 답장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찜찜할 거고, 오면 오는 대로 또 뭐라고 할지 생각해야 한다. 잘 지낸다고 했으니까 언제 밥 먹자고 하려나.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지. 별일 없는 사람 둘이 앉아서 별일 없다는 얘기를 하겠지. 그것도 나름 피곤한 일이다.
천장이 어둡다. 아까부터 계속 어두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