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루체 씨의 하루는 단순해졌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천장을 보면서 이불 밖으로 나갈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떠오르지 않으니, 다시 눈을 감아요.
그게 전부였어요.
어머니가 방문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면 겨우 일어나서 식탁에 앉았습니다. 밥을 먹고 다시 방에 들어갔어요. 어머니는 처음에는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지만, 루체 씨가 "괜찮아요"라고만 대답하니까 더 이상 묻지 않으셨습니다.
괜찮다는 말이 가장 편했어요.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도 진단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루 종일 방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루체 씨의 머릿속에는 너무 많은 것이 있었어요. H의 얼굴, 서랍 속의 뭉개진 빵, 아무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 교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며 던져진 한마디. 그것들이 번갈아가며 재생되었습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어요.
밤이 되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창밖이 어두워지고 집 안이 조용해져도 머릿속은 시끄러웠어요. 새벽 두세 시가 되어야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고, 하루가 더 짧아졌고, 하루가 짧아지니까 더욱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까 자신이 싫어졌어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됐을 거라고, 루체 씨는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은 루체 씨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어도 멈출 수는 없었어요. 멈춰지는 게 아니었어요.
그런 날들이 며칠이 되고, 며칠이 몇 주가 되었어요.
밥을 거르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정확히 말하면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몸의 신호가 어딘가에서 끊어져 있는 것 같았어요.
어느 날 밤, 잠이 오지 않아서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넘기다가 검색창에 손가락이 멈추었어요.
우울증.
그 세 글자를 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검색을 하면 자기가 정말로 아픈 사람이 되는 것 같았거든요. 검색하지 않으면 그냥 요즘 좀 힘든 사람일 뿐인데.
하지만 '요즘 좀 힘든 것'이 오래도록 계속되고 있었어요.
루체 씨는 검색 버튼을 눌렀습니다.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라는 것이 나왔어요. 화면에 나오는 질문에 하나씩 답을 했습니다. '최근 2주 동안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낀 적이 있다.' 예. '최근 2주 동안 일상적인 일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을 잃었다.' 예. 예. 예. 거의 모든 항목에 예라고 답했어요.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결과는 그랬어요.
굳이 이런 테스트를 할 필요도 없이, 루체 씨의 증상은 누가 봐도 우울증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화면에 글자로 적혀있는 것을 보니까 오히려 이상하게 안도감이 들었어요. 적어도 이 상태에 이름이 있구나. 루체 씨가 나약해서도, 모자라서도 아니라 이것은 일종의 '증상'이구나.
화면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보았어요.
병원에 가야 하나.
하지만 아직은 혼자서 병원에 갈 용기는 없었습니다.
루체 씨는 부모님께 병원에 가보고 싶다고 말하기로 했어요.
결심을 한 뒤에도 사흘이 걸렸습니다. 아침마다 오늘은 말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저녁이 되면 입이 열리지 않았어요. 식탁에 앉아서 어머니가 반찬을 놓고, 아버지가 수저를 들고, 세 사람이 밥을 먹는 동안 루체 씨는 머릿속에서 문장을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병원에 가볼래요.
아니, 이러면 갑작스러우니까.
요즘 좀 힘든데, 병원에 한번 가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이것도 아닌 것 같아. 너무 가볍게 들려.
그러던 어느 날의 저녁이었어요. 루체 씨는 밥을 먹다 말고 숟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오래도록 곱씹으며 준비한 문장을 간신히 내뱉었어요.
"나 병원에 가볼까 싶어요. 기운도 없고 자꾸 울적해지는 것 같아서."
잠깐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여셨어요.
"무슨 병원."
"...정신과."
그 한마디에 식탁의 공기가 굳었습니다. 어머니는 젓가락을 내려놓으셨고, 아버지는 루체 씨를 뚫어지게 바라보셨어요. 시선이 조금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신력으로 이겨내면 되지, 무슨 병원을 가."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화가 담겨있었는지, 걱정이 담겨있었는지, 루체 씨는 분간할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는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지만 같은 말을 하셨습니다.
"그런 데 다니면 나중에 기록 남는다더라. 취업할 때도, 결혼할 때도..."
루체 씨는 단념했습니다.
"응. 그렇겠죠? 아무래도 내가 괜히 그랬나 봐요."
부모님을 원망하는 건 아닙니다. 부모님 세대에서 정신건강의학과라는 곳은 아마 지금의 루체 씨가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 단어였을 거예요. 루체 씨의 부모님은 루체 씨를 사랑했습니다. 다만 사랑하는 방법이 루체 씨에게 필요한 것과 조금 달랐을 뿐이에요.
하지만 그날 저녁, 루체 씨는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한 가지를 결심했습니다.
더 이상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자.
말을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루체 씨의 생각에도 어쩌면 자신이 너무 나약한 존재라서 그런 것처럼 보였으니까.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으니까.
그 뒤로 루체 씨는 조금 더 깊이 가라앉았습니다.
커튼을 치고 방 안을 어둡게 만들어놓으면 바깥이 낮인지 밤인지 몰라도 되니까 편했습니다. 어머니가 방문을 두드려도 "졸려요"라고만 대답했어요. 졸린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더 이상 문을 두드리지 않으셨으니까요.
가끔 창밖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는 저렇게 웃으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루체 씨는 이불 안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어요.
하회탈이라고 불리던 시절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눈이 찌그러질 때까지 웃던 그 얼굴이 자기 것이 맞는지, 루체 씨는 모르겠어요.
루체 씨는 그렇게 웃음도 없고 말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