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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현 Nov 28. 2023

그 남자의 행방이 묘연 (猫緣)하다 -4-

레옹과 마틸다

2개월, 사람나이로 3살. 3년 6개월, 사람나이로 30살.


2개월은 우리 집 말괄량이 막내 ‘시루’고 3년 6개월은 우리 집의 대장고양이 ‘쪼꼬’다. ‘쪼꼬’의 뜻은 작고 귀엽다는 뜻의 ’ 쪼꼬미‘의 그 쪼꼬가 맞다. 집에 10살짜리 고양이들이 두 마리나 있을 때 바로 다음에 들어온 우리 집 젊은 세대 고양이들의 리더이자 응석꾸러기다. 처음 발견된 곳은 횟집 앞에 버려진 스티로폼 상자 안에서였는데, 허피스로 눈물•콧물이 범벅이 되어 죽어가고 있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심지어는 회사 점심시간에 집에 달려와서 안약과 인공눈물을 넣어주고 이유식을 먹여가며 돌보았다. 그 덕분에 쪼꼬는 중성화 시기 때 방문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님이 보고 놀라실 정도로 우람해진. 온몸이 근육인 고양이가 되었다. 아마 길고양이 그대로 자랐더라면 필시 구역 하나쯤은 지배하는 대장고양이가 되었을 터.


그런 늠름한 쪼꼬가 집에 ‘시루’가 오고부터는 보디가드처럼 옆에 꼭 붙어 시루를 지킨다. 색깔도 누런게 저러고 있으니 정말 ‘해바라기’ 같다. 시루가 집에 오고 다른 고양이들은 모두 낯선 시루를 경계했지만 쪼꼬는 예외였다. 침대에서 웅크린 시루에게 다가가 식빵을 구우며 지긋이 응시했다. 처음엔 시루도 겁을 먹고 경계하다가 하루, 이틀, 사흘째 되자 먼저 냥냥펀치를 날리며 달려든다.


조카를 보는 삼촌의 마음인지, 자신의 집사인 내가 소중하게 대하는 시루를 보며 본인도 그 마음을 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쪼꼬는 한 번도 시루에게 하악질을 한 적이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이 시루가 집에 온 지 3주 정도 되어가지만 시루가 쪼꼬에게 달려들다 얻어맞은 적은 있어도, 쪼꼬가 먼저 시루에게 겁을 준 적은 없다.


둘을 보고 있으면 영화 ‘레옹’의 두 주인공 ‘레옹’과‘마틸다’가 떠오른다. 어린 소녀를 보호하는 보디가드의 모습. 사람이었더라면 윤성빈 선수처럼 근육질이었을 쪼꼬가 조막만 한 어린아이에게 사족을 못쓰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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