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일하는 법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살아간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연속된 삶을 '일하는 시간'과 '사는 시간'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하루 중 8시간은 진짜 나의 삶이 아닌 것처럼, 그 시간만큼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회사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내가 집 소파에 누워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인가?
돌이켜보면 이런 분리된 사고는 우리를 얼마나 피곤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월요일 아침이면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것처럼 몸을 이끌고, 금요일 저녁이면 마치 감옥에서 풀려나는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사이 40시간 동안은 진짜 내가 아닌 누군가로 살아가느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가. 그리고 그 40시간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며 얼마나 많은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가.
사실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그 시간들도 결국 우리 삶의 일부다. 동료와 나누는 대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설렘, 마감에 쫓겨 야근을 할 때의 긴장감, 성과를 인정받을 때의 뿌듯함,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까지도 모두 내 삶의 소중한 순간들이다. 이 모든 감정과 경험들이 나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이것들을 '진짜 삶'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터에서 마주하는 모든 상황들은 삶 자체의 축소판이다. 인간관계의 복잡함, 목표를 향한 노력과 좌절, 협력과 경쟁, 성장과 정체,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독립하고 싶은 마음... 이 모든 것들이 일터에서도, 일터 밖에서도 동일하게 펼쳐진다. 그렇다면 일터에서 배운 인내심이 가정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가족과의 관계에서 기른 배려심이 동료들과의 협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다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직장에서 어려운 상사와 일하며 기른 참을성은 어느새 아이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육아를 통해 배운 무조건적인 사랑은 후배들을 이끄는 따뜻한 리더십으로 나타난다. 취미로 시작한 요리가 동료들과의 점심 메뉴 선택에서 센스를 발휘하게 하고, 업무에서 기른 체계적인 사고는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연결고리를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일터에서는 '일하는 나'가 되고, 집에서는 '사는 나'가 되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니 스위치를 끄고 켜듯 매일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느라 지쳐간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분리된 삶 속에서 진정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터에서의 경험을 삶의 다른 영역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니 배움이 단편적으로 머물고, 개인적인 성장이 업무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니 발전이 더디다.
진짜 문제는 이런 분리된 사고가 우리로 하여금 일터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차피 내 일이 아니야', '시간만 때우면 돼', '최소한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그러면서도 퇴근 후 진짜 삶에서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을 소극적으로 보내면서 나머지 시간에만 적극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반대로 일과 삶을 하나로 융합해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가? 그들은 회의실에서 보여주는 창의성이 주말 가족 나들이를 계획할 때도 발휘되고, 아이와 놀아주며 기른 순수한 즐거움이 동료들과의 협업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개인적인 독서 취미가 업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업무에서 배운 체계적 사고가 인생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들에게는 '일하는 시간'과 '사는 시간'이라는 구분이 무의미하다. 모든 시간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완성해가는 소중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융합된 삶을 산다는 것이 일중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일을 억지로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일터에서의 성공을 위해 개인적인 가치를 포기하지도 않고,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 일에서 도망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하나의 삶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당장 평가에 반영되지 않아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진정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상사의 눈에 띄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떳떳할 수 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된다. 회사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언제나 일관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진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관성 속에서 진정한 성장이 일어난다. 일터에서의 작은 성취가 삶 전체의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개인적인 성찰이 업무 능력의 향상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은 결코 헛되지 않다. 매 순간 순간이 자신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모든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월요일 아침이 우울하지 않고, 금요일 저녁이 안도가 아닌 만족이 된다. 왜냐하면 일주일 내내 진짜 자기 자신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니라 '통합'이다. 저울의 양쪽에 무게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삶 안에서 모든 것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통합된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