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깊은데 외로운 사람

by 루케테

누군가와 화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연결되지 않는다.


말은 오가는데,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안 나온다.


"요즘 어때?"

"응, 괜찮아. 너는?"

"나도 그냥 그래."




생각이 깊어질수록

나누기 어려워진다.


어떤 책을 읽었다.

며칠 동안 생각에 잠겼다.

깊이 들어갔다.

운 좋게 뭔가 번뜩였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이 번뜩임을 나누고 싶다.

"나 이거 읽었는데, 진짜...."


그런데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배경을 설명하자니 너무 길고,

핵심만 말하자니 맥락이 없고,


결국 "이거 추천해. 정말 괜찮아. 읽어봐"

정도로 끝난다.


상대방은 "그래? 나도 읽어볼까?" 하고,

대화는 거기서 끝난다.




외로운 게 아니다.

주변에 사람은 많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동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함께 있어도 혼자인 것 같다.


내가 보는 세계와

그들이 보는 세계가 다른 것 같다.


같은 영화를 봐도,

내가 본 건 다른 영화 같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그냥 단순하게 살면 안 돼?"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마."


맞는 말이다.

단순하게 사는 게 편할 때도 있다.


근데 어쩌나,

이미 들여다봤는데,

이미 생각해 봤는데,

다시 단순해질 수가 없다.


보이는 걸 안 본 척할 수가 없다.



혼자 생각하는 게 편하다.


아무도 내 속도를 맞추지 않아도 되고,

아무도 내 맥락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도 이해시키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 혼자,

내 생각 속에서,

깊이 들어가면 된다.


편하다.


그런데 동시에 외롭다.




가끔 만난다.

비슷한 사람을.


말을 시작하면

서로 알아듣는다.


배경 설명 없이도,

맥락 공유 없이도,

금방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런 대화 후엔

며칠 동안 기분이 좋다.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걸 나눌 수 있구나."


그런데 그런 사람은 드물다.

아주 가끔, 운이 좋으면 만난다.




어떤 사람은 생각한다.

"내가 문제인가?"

"내가 너무 까다로운가?"

"내가 너무 특이한가?"


어떤 사람은 포기한다.

"그냥 혼자 살자."

"어차피 이해받을 수 없어."

"깊은 대화는 기대하지 말자."


어떤 사람은 계속 찾는다.

"어딘가 있을 거야."

"나와 비슷한 사람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이 깊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더 많이 보고,

더 깊이 느끼고,

더 넓게 이해한다.


그런데 동시에,

더 외롭고,

더 답답하고,

더 설명하기 어렵다.




나도 그렇다.


내 생각을

나눌 사람이 없을 때가 있다.


말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이해받고 싶은데,

설명할 에너지가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있는다.

편하지만 외롭다.




당신도 그런가요?


생각이 깊어서,

오히려 외로운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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