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by 루케테

성장하고 있다.


책을 읽고,

생각을 깊게 하고,

새로운 걸 배운다.


작년보다 깊어졌다.

3년 전보다 확실히 달라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진다.




예전엔 몰랐다.

내가 뭘 모르는지조차 몰랐다.


그땐 확신이 많았다.

세상이 단순해 보였다.


지금은 안다.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그래서 확신이 줄었다.

세상이 복잡해 보인다.


이게 성장인가,

퇴보인가?




그릇이라는 게 있다.


어떤 사람은 큰 그릇이고,

어떤 사람은 작은 그릇이다.


처음엔 그게 고정된 줄 알았다.

타고난 크기가 정해져 있는 줄.


근데 아니더라.


그릇은 자란다.

담으면 담을수록,

조금씩 넓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보인다.


넓어지는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역설이 있다.


성장할수록,

한계가 더 명확하게 보인다.


모를 땐 몰랐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사람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


알고 나니 보인다.

나와 저 사람 사이의 거리가.

내가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의 경계가.


무지했을 땐 자유로웠다.

앎이 쌓일수록 한계가 보인다.




주변을 본다.


어떤 사람은 같은 시간 살았는데,

훨씬 깊은 곳에 있다.


책 한 권 읽어도,

나는 표면을 긁는데,

그 사람은 본질을 꿰뚫는다.


경험 하나 해도,

나는 그냥 지나가는데,

그 사람은 통찰을 얻는다.


이건 노력의 차이가 아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른 거다.

애초에 담을 수 있는 양이 다른 거다.




그래도 계속 담는다.


내 그릇이 작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계속 담는다.


담다 보면 조금씩 넓어진다.

느리지만 분명히 자란다.


그 과정에서 외적인 것들도 따라온다.


지위가 높아지고,

자원이 늘어난다.


그게 목적은 아니지만,

필요하긴 하다.


더 깊이 공부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을 얻으려면 자원이 필요하고,

자원을 모으려면 위치가 필요하니까.


외적인 것은 내적 성장을 뒷받침한다.

발판일 뿐이지만, 없으면 올라갈 수 없다.




10년을 돌아본다.


분명히 성장했다.

그릇이 넓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넓어야 할 곳이 얼마나 넓은지도 알게 됐다.


예전엔 "나 많이 알아"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나 거의 몰라"라고 생각한다.


이게 성장의 증거다.

무지를 아는 것.




그런데 가끔,

벽을 느낀다.


더 들어가려 하는데,

더 이상 안 들어가진다.


더 넓어지려 하는데,

어느 선에서 막힌다.


"아, 여기까지구나"

"이게 내 한계구나"


그 순간이 온다.


그럼 어떻게 하나?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계속 밀어붙여야 하나?




이상한 건,


한계라고 생각한 그 선이,

시간 지나면 조금 뒤로 물러난다는 거다.


어제의 한계는,

오늘의 출발점이 된다.


그럼 진짜 한계는 없는 건가?

아니면 계속 뒤로 미뤄지기만 하는 건가?


알 수 없다.




미래의 비전이 있다.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훨씬 깊어져 있고 싶다.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 있고 싶다.


가능할까?


내 그릇이 그만큼 자랄 수 있을까?

아니면 어디쯤에서 멈출까?


모른다.


그래도 간다.




성장이란 게,

어쩌면 이런 거 아닐까.


도착지를 모르는 여행.

끝을 모르는 등반.


올라가면서,

더 높은 산이 보인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걸 안다.


그게 절망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한계가 보이지 않으면 편하다.

한계가 보이니까 불안하다.


하지만 그 불안이,

계속 나아가게 한다.




당신은 어떤가요?


성장할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걸 느낀 적 있나요?


그릇이 자라는 걸 느끼면서도,

한계가 보이는 순간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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